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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에 'ADHD' 日영화감독이 장애를 대하는 '예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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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큐 영화 '어쩔 수 없다' 츠보타 요시후미 감독
발달장애 지닌 생면부지 사촌과 함께한 2년 반 여정 담아
"사안 예민하게 고민하고 행동 주의…장애로 시야 넓어져"
"누구나 장애를 안고 산다…'정상'이란 개념부터 사라져야"

츠보타 요시후미 감독(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는 나이 마흔한 살에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그는 발달장애를 지닌 채 혼자 사는 61세 사촌 형 오오하라 마코토 씨를 찾아갔고, 2년 반에 걸친 여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영화 '쉘 콜렉터'(2016), '미요코'(2009)로 이름을 알린 츠보타 요시후미(坪田義史·44) 감독 이야기다.

최근 막을 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다큐멘터리 영화 '어쩔 수 없다'를 들고 한국을 찾은 츠보타 감독은 "나에게 장애는 약간 독특한 지점으로서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장애를 갖고 있으면 그것을 보이지 않으려 하거나,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 내게 장애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범퍼(완충장치) 같은, 약간 들쭉날쭉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몹시 잘하는 것이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 간극 사이에 내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약간 독특한 지점으로서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

영화 '어쩔 수 없다'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트럼펫 소리가 강조된 음악을 배경으로,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마코토 씨 집으로 향하는 츠보타 감독의 모습과 함께 시작한다. 마코토 씨를 만난 이후 카메라는 그의 섬세한 일상을 쫓는 데 고정된다.

츠보타 감독은 "마코토 씨의 경우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식으로 영화 찍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며 "서로 마음을 열면서 장애는 오히려 우리 둘 사이 관계를 다지도록 돕는 특별한 것이 됐다. 이것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지녔던 관점"이라고 전했다.

이 영화에서 장애는 더이상 장애가 아니다. 두 사람이 빚어내는 일상은 오히려 독특한 유머로 가득하다. 상업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답게,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가는 전개 방식에서는 남다른 연출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ADHD 진단을 받기 전과 후 달라진 삶의 태도에 대해 "예민함"을 꼽았다.

"내가 원래부터 해 오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은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행동들 가운데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것들을 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행동을 주의하게 됐다. 이 영화의 주제 자체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떠한 존재를 표현하는 것인데,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시야도 더 넓어진 느낌이다."

◇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정상? 불필요한 고통만 줄 뿐"

다큐멘터리 영화 '어쩔 수 없다' 스틸컷(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누구나 약간의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츠보타 감독의 지론이다.

"'정상'이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전체 스펙트럼 안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정상'이라고 구분 짓는 것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재단하듯이 본다면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고통만 줄 뿐이다."

츠보타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ADHD를 갖고 있었다. 예술가들은 약간의 장애를 지니고 있을 때 더 정교하고 세밀해질 수 있는 것 같다"며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예술은 모두를 아우르는 장르가 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쇼와(昭和·일본 연호·1926~1989) 시대에 마코토 씨처럼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집안의 수치, 부끄러움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숨겨졌다. 나 역시 마코토 씨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도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를 알게 됐다. 그는 가족들에게조차 잊힌 채 혼자 있었다. 내가 영화를 통해 마코토 씨와의 일상을 알릴 수 있던 것도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는 배우 출신 야마모토 타로가 이끄는 신생 정당 '레이와 신센구미'에서 2명의 중증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해 화제를 모았다. 츠보타 감독은 이를 두고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섬나라 일본에서 과거 장애인들이 소외됐다면, 이제는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올해 일본은 도쿄올림픽 같은 큰 이벤트를 앞둔 만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는 "우리 모두는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장애를 갖고 있다"며 "서로 강점과 약점을 지녔을 텐데, 그 모든 것이 연대를 통해 어우러지면 균형을 이루고 차별적인 환경도 사라질 걸로 생각한다. 가장 먼저 '정상'이라는 개념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츠보타 감독은 끝으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지금도 사람들은 장애에 관한 편견에 도전하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의 본성을 칭찬하는 내 영화를 보고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어떤 물음을 던질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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