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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매몰비용, 지자체 '허덕'…"100% 국가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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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연천군 살처분 비용만 전체 예산 3% 육박
-예비비 '바닥'…ASF 대응, 재정 부담 가중 '이중고'
-"정부 긴급 방침…재정 지출은 정부가 부담해야"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차단을 위해 발생지역의 모든 돼지를 없애는 특단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살처분 비용을 놓고 기초자치단체가 허덕이고 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살처분 작업 등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돼지 매몰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소 방역비 등 ASF 대응에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열악한 지방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매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자료사진)

 

◇ASF 확산에 다급했던 정부…"발생지역 모든 돼지 없애라"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국내 첫 ASF 발생한 이후 연천군, 김포시, 인천 강화군에서 잇따라 ASF 발생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특단 조치를 시행했다.

발생지역의 모든 돼지를 수매하거나 예방적 살처분으로 ASF 발병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ASF 확산에 돼지를 없애는 초강경 대응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우선 시행된 곳은 인천 강화다. 강화에서 사육되는 돼지 3만8,001두가 수매되거나 예방적 살처분 됐다. 이는 인천시 전체 사육돼지 4만3,108두의 88.2%에 이른다.

김포시와 파주시는 각각 전체 사육돼지 4만4,955마리와 12만5,000마리를 수매하거나 예방적 살처분 했고, 연천군은 13만4268마리를 수매 또는 예방적 살처분 할 예정이다.

이들 지자체는 정부 방침에 따라 빠른 시일에 돼지를 없애기 위해 일일이 양돈농가를 방문, 농장주를 설득하며 어렵게 동의를 얻어 냈다.

◇돼지 1마리 매몰에 15만원…살처분 비용만 수백억원

지자체들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돼지 살처분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되기 때문이다.

살처분 작업은 이산화탄소로 질식시켜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통 넣은 매몰방식과 동물 사체를 고온·고압 처리해 파쇄한 뒤 비료 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랜더링 방식으로 진행됐다.

매몰 방식으로 돼지 1마리를 살처분 할 경우 사후비용 등을 포함해 약 15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여건 등에 따라 비용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랜더링 방식은 매몰 방식 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매몰 방식으로 돼지 1만 마리를 살처분 할 경우 최소 15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파주시는 매몰과 랜더링으로 살처분 작업을 진행해 178억여원이 들었다. 사후비용까지 감안하면 200억원이 소요된다. 연천군도 살처분에 150억원 가량이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열린 국정감사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자료사진)

 

◇'특단 조치'는 정부 지시…재정 부담은 지자체가

ASF로 비롯된 예상치 못한 지출은 열악한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됐다. 방역비로 행정안전부와 경기도가 특별교부금을 일부 지원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예비비까지 끌어다 투입했지만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자체가 부담하는 살처분 비용이 원인이었다.

농식품부는 살처분 비용을 '국고로 일부 지원'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ASF가 발생한 지자체는 정부가 100%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긴급 방역정책을 수행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정부가 외면하는 것도 모순인데, 지원 내용도 모호하고 지자체가 부담하는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파주시와 연천군이 올해 지출할 살처분 비용은 전체 예산의 3%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들어간 방역비용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방역은 ASF가 종식될 때까지 계속된다.

파주시 관계자는 "예비비까지 투입해 대응하고 있지만 감당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국고 지원이 없으면 내년 시민들을 위한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의 경우 ASF 전국으로 확산되면 막대한 비용으로 지역에서 살처분을 꺼려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천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천군 관계자는 "예비비는 내년에도 투입해야 하는데 방역에 다 쏟아 붓고 있다"며 "정부가 외국 사례를 빌어 강력하게 나오면서도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하는 곳도 많은데 ASF 방역에만 예산이 투입된다면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냐"며 "주민 사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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