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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끼워넣기 전수조사, 지옥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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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경쟁에 '논문 저자 시장' 열려
부모, 동료 덕에 슬쩍..논문 품앗이
"자녀와 추억 쌓기 위해" 변명하기도
대책? 철저한 조사·처벌 강화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우재(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 입시 조사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자녀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 자녀들까지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역시 특별법을 내겠다는 입장을 내놨죠. 결국 부모의 스펙이 자녀의 스펙이 되는, 이 불공평한 입시 제도를 개선해 보자는 움직임의 일환입니다.

교육부도 특별 감사 결과를 하나 발표했는데 지난 2년 내의 논문들을 들여다보니 미성년자를 논문의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총 794건이었습니다. 미성년, 중학생, 고등학생이 대학 논문의 공저자가 되는 경우. 그런데 이것도 전부가 아니다. 그 실태는 더 어마어마하다고 주장하고 계신 분이 계세요.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내부 고발을 하셨던 분이죠. 지금은 캐나다 오타와대에 계십니다. 김우재 교수 연결을 해 보죠. 김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우재>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일단 논문의 기본을 우리가 이해해야 할 텐데. 그러니까 논문은 교신 저자가 있고 제1 저자, 제2 저자. 이렇게 쭉 가는 거 맞죠?

◆ 김우재> 제1 저자가 제일 앞에 나오고요. 교신 저자는 보통 책임 저자라고도 하고요. 교신이라는 게 이 논문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게 있으면 이 저자와 서신을 교환하라는 뜻이죠.

◇ 김현정> 제1 저자가 제일 앞에 있어요?

일러스트=연합뉴스

 


◆ 김우재> 제1 저자는 그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을 가장 앞에 놓습니다. 제1 저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영광이고요. 논문이 완전히 자기 게 돼야 된다는 얘기거든요. 보통 자연과학이나 이공계나 의대 이쪽에서 석사 과정 정도를 밟는 데 2년이 걸려요. 그런데 이런 고등학생 인턴들이 2년을 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논문 한 편이 나오는 게 그렇게 어렵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제1 저자가 된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사실은 잘 모른 채로 교수님들이 저자를 일종의 선물하는 거라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그러면 그 제1 저자, 제2 저자, 제3 저자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정하는데요?

◆ 김우재> 그게 법으로 나와 있는 건 아니고요. 보통 교신 저자가 거의 대부분의 저자 순서를 정한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 김현정> 교신 저자 마음이에요, 그러면?

◆ 김우재> 교신 저자에게 막강한 권력이 있어요. 그렇게 넣어주면 안 되는 거예요, 원래.

◇ 김현정> 뭐 부정이죠. 부정 선물을 하는 경우들이 있지 않은가. 이런?

◆ 김우재> 이게 옛날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요. 저는 이걸 논문 저자 시장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연구자들이 중간쯤에 저자를 넣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겠죠. 그런데 이 저자 가이드라인이 생기기 시작한 건 외국이나 한국에서도 똑같이 선배 과학자나 선배 연구자들이 후배 연구자들한테 자기 이름을 중간에 넣으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 김현정> 아, 내 이름 하나 더 넣어 달라. 그래야 공적이 쌓이니까. 서로서로 품앗이네요, 연구자들끼리 서로서로 품앗이.

◆ 김우재> 그런 일들이 일어났죠. 왜냐하면 논문 경쟁이 심각해지고 이런 와중에 그게 실적이 되니까요.

◇ 김현정> 자, 그게 바로 김우재 교수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논문 저자 시장, 논문 마켓이라는 건데 그것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마켓이 넓혀진 것은 대학 입시 제도가 변하면서. 입학 사정관제가 시작되면서부터 그렇다. 그 말씀이시죠?

◆ 김우재> 입학 사정관제에서 그런 과외 활동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 시작하면서 모든 학부모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논문 시장을 쳐다보기 시작한 거죠.

◇ 김현정> 교육부가 조사를 해 보니까 다 조사한 것도 아니고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 15개만 조사했는데도 그것도 지난 2년 치만 조사했는데도 115건에서 미성년 저자가 나왔고 추가로 30개 대학 더해 보니까 130건이 또 나왔답니다.

◆ 김우재> 이게 전부가 아닐 거예요. 왜냐하면 그 저자 소속을 기재할 때 고등학교를 안 기재했을 수도 있거든요.

◇ 김현정> 아, 미성년자인데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 김우재> 그렇죠. 지금 자녀 논문이나 이런 것들을 들키기는 했는데요. 동료 교수들이 다른 교수의 어떤 아는 사람의 아들이나 딸을 저자로 넣었을 경우 있잖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품앗이라고 하죠. 교수들끼리 품앗이한 경우.

 


◆ 김우재> 그런 경우는 일단 고등학교 소속으로 썼을 경우에는 들키기는 하겠지만 만약 고등학교를 안 쓰고 이렇게 교신 저자 소속으로 묻어갔다거나 이런 경우는 들키지 않겠죠.

◇ 김현정> 들키지 않은 경우들도 많을 거다.

◆ 김우재> 그리고 이게 디비피아라는 국내 그러니까 거의 저널만 있는 웹사이트 뒤진 거라 해외 학술지를 제대로 뒤지고 이렇게 시작하면 제 생각에는 입학 사정관제 때 대한민국의 상류층과 많은 사람들이 논문 저자 시장에 뛰어들었었거든요. 저는 지옥이 열릴 거라고 생각됩니다.

◇ 김현정> 제대로 다 뒤지면 지옥이 열릴 것이다라고 할 정도.

◆ 김우재> 왜냐하면 논문 스펙을 하나 정도 갖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 없다라는 게 상식이었거든요, 당시에.

◇ 김현정> 그 당시에. 아니, 그런데 진짜 뛰어난 경우도 있잖아요. 고등학생, 중학생이라고 대학 논문에 제1 저자까지는 좀 심해도 2저자, 3저자는 될 수 있는 건 아닌가요?

◆ 김우재> 사실은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실험을 해 봤어요, 한 6개월 정도.

◇ 김현정> 그러셨어요.

◆ 김우재> 그런데 정말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잘 따라와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친구들이 한국에서 이렇게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했던 친구들이 그렇게 한 게 아니라 그냥 교수가 있는 실험실에 들어가서 섀도잉을 했다고 그러는 사람들도 많던데요.

◇ 김현정> 섀도잉이라면 옆에서 지켜보는 거, 그림자처럼. 참관.

◆ 김우재> 또 어떤 교수는 자기 자식과의 추억 쌓기라고 표현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모래성을 쌓듯이.

◇ 김현정> 자기 논문에 자기 자녀 넣은 경우. 품앗이도 아니고 아예 자기 자녀를 자기 논문에 올린 경우.

◆ 김우재> 그렇게 변명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는 논문 쓸 수 없는 거예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김우재> 저자 하나가 들어가기 위해서 얼마나 석사, 박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노력하는 줄 알면 교수님들은 대부분 이걸 알 것 아닙니까?

◇ 김현정> 당연히 아시죠.

◆ 김우재> 그런데 그걸 아는 교수님들이 그렇게 자기 자녀라고 아니면 자기 동료의 자녀라고 해서 논문 저자를 쉽게 되게 만들어주면. 뭐 이미 줬죠. 제 생각에는 학계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거라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망가질 대로 망가진 거. 정리를 하자면 그러니까 정말 천재, 정말 뛰어난 경우도 있겠죠. 있을 테지만 우리가 논문 마켓이 형성돼 있는 걸 이미 알고 있고 교수들 사이에 자녀 논문 품앗이 같은 게 심심치 않게 적발이 돼 온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미성년 논문 공저자 숫자를 보고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리가 되는 거죠?

◆ 김우재> 이렇게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미성년 논문이 나온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예요, 아마.

◇ 김현정> 이렇게 많이 나온 나라는?

◆ 김우재> 제 생각에는 교수들의 양심이나 이런 문제도 분명히 있고요. 중요하죠. 입시 제도의 문제도 있고요.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교육부나 과학기술부나 이런 정부 부처의 문제도 있는 거고요.

◇ 김현정> 그렇죠. 저는 이건 전체 다 하면 얼마나 나올까 참 속이 많이 상하네요. 대책 없겠습니까, 교수님?

◆ 김우재> 일단 조사는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된다고 보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수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부모하고 추억을 쌓는 문제고 내 자식인데 너무 뛰어났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고 잘못했다라고 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이건 제 생각에는 처벌 규정이 너무 낮고요. 교수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인식이 너무 낮다. 국민들한테 이런 학계가 얼마나 잘못돼 있고 이런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교육부가 한 20년치 정도 다 조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철저하게 조사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처벌까지 따라야 되지 않겠는가, 합당한. 그것만이 인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말씀.

◆ 김우재> 그렇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듣기로 하죠. 김우재 교수님, 고맙습니다.

◆ 김우재> 감사합니다.

◇ 김현정> 캐나다 오타와대 김우재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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