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한 영상 확보를 위해 18일 오전 국회 의정관 내 국회방송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국회방송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국회방송을 전격 압수수색한 이유는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영상을 제공해 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압수수색의 주요 목적이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한국당 지도부의 지시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앞서 지난 8일에는 공문을 통해, 10일에는 구두로 국회방송 측에 "한국당 의원총회 영상을 임의제출 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회방송 측이 "당장 제출은 어렵다. 검토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자 검찰이 8일 만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조광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검사와 수사관 등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 내 국회방송 사무실에 보내 약 5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2004년 개국한 국회방송은 국회가 운영하며, 의정활동 등을 취재·촬영해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한국당 의원총회 영상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4월 말 의원총회 영상도 확보해 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의 기존 요구를 감안하면 민주당 의총 영상까지 가져간 건 압수수색의 '형평성' 갖추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앞서 검찰은 한국당 의원 등의 통신 기록을 확보해 충돌 상황 당시 지도부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번에 가져간 공개 의총 영상에는 통상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모두발언'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지도부의 '교사 혐의'를 집중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의원들은 현재 정당한 회의 진행을 불법으로 막은 혐의(국회법 위반)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 초점은 당시 지도부의 구체적 지시 여부와 내용을 파악하는 데 맞춰져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수사 대상인 한국당 의원 60명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모두 불응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계속 소속 의원들에게 출석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황 대표는 이달 초 검찰에 자진 출석한 뒤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고, 나 원내대표는 수사에 관한 입장문을 작성해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압수수색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수사의지를 피력한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윤 총장은 여당 의원들의 패스트트랙 관련 질문에 대해 "걱정 마시고 어떤 사건이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드러난 대로 밝히겠다"며 "수사 결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결과로 말하겠다"는 검찰 수장의 발언 직후에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패스트트랙 건과 관련해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검찰은 사건을 맡은 공공수사부 뿐 아니라 특수부 격인 형사6부와 형사1부 검사와 수사관들까지 추가로 수사팀에 합류시켰고, 국회의원이 아닌 당직자 들을 먼저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발생한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으로 검찰 수사에 연루된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60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문희상 국회의장) 등 모두 11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