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10년 내다 본' 듀랑고 2년 만에 종료…모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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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오픈월드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가 출시 2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넥슨과 개발사 왓 스튜디오는 16일 개발자 노트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해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듀랑고 서비스를 오는 12월 18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왓 스튜디오 이은석 총괄 프로듀서는 "이제 여러분과 함께 걸어왔던 길이 마지막 도착점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며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2012년 '프로젝트 K'로 시작한 듀랑고는 총 개발기간 5년 반, 북미·유럽·동남아 등 14개 국가에서 6개월 반 동안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를 거쳐 지난해 1월 25일 정식 출시한 뒤 올해 9월 17일 글로벌 서비스를 선보였다.

알 수 없는 사고로 현대 지구에서 공룡 시대로 넘어온 플레이어들이 거친 환경을 개척하며 가상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샌드박스(Sandbox)게임으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통해 생존, 탐험, 사냥, 사회 건설 등 체험하는 독특한 설정으로 듀랑고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MBC 예능 프로그램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가 제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넥슨은 서비스 종료 후에도 플레이어가 일군 개인 섬을 보존할 방침이다. 이은석 총괄PD는 "야생의 땅: 듀랑고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개척자 여러분이 일군 개인 섬을 보존할 방법을 마련하는 중"이라면서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계속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오랜 개발 기간, 10년을 이상을 내다 본 듀랑고는 결국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앞서 일각에서는 방대한 오픈월드와 플레이 환경이 어렵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낯선 게임이어서 독창성과는 별개로 흥행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지만 동물 시스템 개선, 개인 소유섬 도입, 농사와 건설 개편, 불안정 섬 플레이 등 기존 콘셉트에 영향을 주는 대대적인 '세컨드 웨이브' 업데이트까지 단행했다.

넥슨으로서도 기존 출시된 게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장르에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듀랑고의 모델이 경쟁 기반의 능력치에 큰 변화를 주는 캐시 아이템보다는 감성, 치장 등 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부분에 집중되었던 점도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출시 당시 정상원 넥슨 부사장은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게임으로 처음부터 하나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까지 기대하게 되는 게임으로 거듭났다. 게임의 매출과 같은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게임이 되길 기대한다"며 '10년을 내다보는 게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개발자이면서 성과를 내야하는 입장인 이은석 총괄PD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부사장님이 성과에는 관심없다고 얘기했지만 사업팀 입장에서는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듀랑고 제작을 통해 넥슨이 북미 뿐 아니라 전세계 널리 좋게 각인되었으면 한다"며 "넥슨이 듀랑고를 통해 모바일 게임도 잘 만들고 좋은 서비스를 하는구나 하는 평가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창발적이든 실험적이든 이용자에게 게임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이 길면 길수록 단기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내 게임 시장이 이용자 성향상 MMORPG 장르에 편중되어 있고, 그나마 돌파구인 글로벌 시장 확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 게임개발사 관계자도 "대규모 개발자원과 노하우가 필요한 과거 PC게임 개발 환경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은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중국 게임들이 거리낌 없이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넥슨이니까 그렇지 중소규모 독립 게임사가 이같은 모험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이 플랫폼 중심으로 일찌감치 재편됐고,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해외 게임사들 못지 않게 국내 개발사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했다. 하지만 MMORPG 장르에 강점을 가진 국내 게임사들이 문화가 다른 세계 시장을 목표로 장르 다변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받아야 할 점이다.

불발됐지만 넥슨의 매각 추진이나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추진 등의 사례만 보더라도 게임업계가 서식지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듀랑고 서비스 종료가 주는 교훈이 더 아픈 것은 수익성의 문제가 아닌, 실험적이고 창발적인 게임일수록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례를 남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때문이다.

노컷뉴스와 인터뷰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넥슨의 모험이 두려움으로 각인 되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넥슨은 "새로운 시도를 했던 타이틀인 만큼 ‘야생의 땅: 듀랑고'의 개발·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이용자분들을 더욱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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