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도 정부가 '상한제'를 통해 직접 규제하기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가장 '큰 산'이었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를 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나머지 절차를 지체 없이 마무리하고 이달 하순께 개정안을 시행(발효)할 예정이다. 개정 작업이 끝나면 실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게 된다.
12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좀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손질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오후 늦게 원안대로 규개위 심의를 통과했다.
규개위는 정부 규제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공무원 당연직 위원과 민간 전문가 위촉직 위원 20∼25명으로 구성된다. 당연직 위원에 국토부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원안 통과된 시행령의 핵심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필수 요건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 모두와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이들 31곳은 모두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필요한 부수적 '정량 요건'까지 충족하고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이들 지역을 상한제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한제 적용의 3가지 부수 조건은 ▲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 최근 3개월 주택매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증가 ▲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 1 초과 등이다.
개정안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지역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결정되면, 기본적으로는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이 이뤄진 단지부터 적용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앞서 지난 1일 국토부와 기재부 등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건축·재개발·지역주택조합이 일정 조건(철거 중 단지 등)을 충족할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뒤 6개월 안에 입주자 모집공고만 마치면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무조건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하면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얻어 기존 거주자 이주와 철거까지 진행된 단지조차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에 강한 반발과 '소급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6개월 유예'라는 일종의 경과규정을 둔 것도, 규개위 심의 통과를 염두에 두고 고심해서 내놓은 '해법'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혹시라도 논란이 될 수 있는 규제(관리처분계획 인가 단지에 대한 상한가 적용) 부분에 대해 국토부 스스로 유예 규정을 마련해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규개위 통과에 더욱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재건축 조합이나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유예 기간 6개월이 입주자 모집공고까지 마치기에 물리적으로 부족한 만큼 유예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는 규개위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계획대로 이달 하순께 시행령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정부는 최대한 집값 불안 우려 지역만 선별적으로, 정밀하게 골라 상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우선 검토 대상 지역은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2017년 8·2 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 중 일반분양(정비사업+일반사업) 예정 물량이 많고 분양가 관리 회피 목적의 후분양 단지가 확인되는 곳이다.
공급 위축 등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시장 안정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정밀한 동(洞)별 '핀셋' 지정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분양가 상한제 관련 질문을 받고 "10월 말 시행령 개정 즉시 관계기관 협의를 열고 언제라도 지정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동별 지정의 경우 '몇 개 동만 하겠다'가 아니라,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동은 숫자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지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집값 안정을 위한 분양가 상한제 실행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