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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못 보는 한국 학생 vs 하늘 보는 일본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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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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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학교건축, 심폐소생이 필요하다⑨]
한국 학생들, 거의 교실과 복도서 갇혀 지내
일본 학생들, 다양한 옥내외 공간서 자연 접해

텅 비어 있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현직 교사들은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도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만큼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늘을 볼 기회가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늘을 못 봐요." 현직 교사들의 이구동성이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하늘 볼 일이 거의 없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아서 운동장에서 하던 체육수업은 실내활동으로 대체하기 일쑤다. 쉬는 시간에도 교실이나 복도에서 수다 떠는 게 전부다.

경기도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실내에만 머문다. 점심 시간에도 축구를 하는 학생은 한 반에 5명 정도다. 방과후수업 프로그램이 있지만 학원 가느라 바빠서 대부분 집에 간다. 운동장이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단 등교하면 거의 교실에서 지낸다. 수업과 수업 사이 20분을 쉴 수 있는 중간놀이 시간에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나오지만, 이때마저도 저학년은 고학년에 치이다 보니 교실에서 따로 놀곤 한다.

◇ 하늘 볼일 많은 일본 아이들

후쿠오카에 위치한 하카타 초등학교 전경.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일본 학생들은 달랐다. 학교에서 하늘을 볼 일이 많다.

일본 학교 운동장은 방과후에도 뛰어 노는 학생들로 활기차다. 도쿄 ‘하루미 중학교’ 후지 토시로 교장은 “방과후 학원에 가는 대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다. 운영하는 운동부도 여럿이다”고 말했다.

방과후 운동장과 체육관, 수영장, 검도실 등 체육공간은 땀 흘리는 학생들로 가득 찬다. 목공실, 금속공예실, 다도실 등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도 풍부하다.

쉬는 시간에도 다양한 공간을 활용했다.

지난 9월 찾은 사이타마현 ‘시키 초등학교’. 원래 쉬는 시간은 5분인데 2교시 후에는 25분이 주어진다. 학생들이 마음껏 놀게 하기 위한 배려다.

이 시간이 되자 학교 곳곳이 붐볐다.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프리스페이스’에서 뒹굴고 ‘레인보우 가든’에서 줄넘기를 했다. ‘도전 코너’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이 학교는 교실과 복도 사이에 벽이 없는 ‘열린 학교(오픈 스쿨)’다. 각 층마다 교실과 프리스페이스(공유 휴식공간), 도전 코너(작은 도서관)가 하나의 공간처럼 이뤄져 있다.

프리스페이스는 매끈한 목재 바닥이라 넘어져도 다칠 염려가 없다. 학년에 상관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선후배들과 교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레인보우 가든의 모습. 투명유리로 된 지붕 아래 공간에서 학생들은 줄넘기를 하며 논다. 날씨에 관계 없이 하늘을 볼 수 있어 좋다.

 

레인보우 가든은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이다. 이 공간은 투명 유리로 된 지붕으로 덮여 있어 학생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늘을 보며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다.

후쿠오카의 ‘하카타 초등학교’ 역시 ‘열린 학교’다. 이 학교는 교실이 지라한 층마다 ‘알코브’가 있다. 알코브는 벽장 같은 공간이다. 학생들은 혼자 있고 싶을 때 은신처처럼 아늑한 이 곳을 찾는다.

이 학교를 설계한 건축사 구도 가즈미는 "학교 건물이 크고 고층이다. 알코브처럼 천장이 낮고 작은 면적의 공간은 학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하카타 초등학교는 층마다 교실과 워크스페이스, 교사코너가 한 세트처럼 되어 있다. 이 공간 군데군데 세면대가 놓여 있어 땀 흘리고 들어온 아이들이 씻거나 물 마시기에 편하다

 

곳곳에 세면대가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실컷 뛰어 놀고 나면 땀이 흐르고 갈증이 나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금방 땀을 씻어내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옥상 공간 활용하고 데크·브리지 만들어 외부와 연결

우리나라 학교는 좁은 부지 탓에 건물이 고층인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기에 쉬는 시간 10분은 짧다.

취재진이 찾은 일본 학교들의 건물도 고층이긴 마찬가지였다. 시키 초등학교 교사동은 4층, 하루미 중학교 교사동은 6층 건물이다.

하루미 중학교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개폐식 수영장. 열린 수영장 지붕 틈으로 하늘이 보인다

 

하지만 건물 최상층에 각각 개폐식 수영장과 옥상텃밭을 만들어 교육공간으로 활용했다. 학생들이 번거롭게 실외화로 갈아 신고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하늘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사고 발생 시 불분명한 책임 소재 탓에 사시사철 옥상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학생들이 감시와 통제를 강요당하는 우리나라 학교와 비교된다.

이들 학교의 건축가들은 설계할 때부터 학생들과 외부환경을 건축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고민했다. 시키 초등학교의 '레인보우 브리지'와 하카타 초등학교의 '표현의 무대'가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레인보우 브리지는 교사동과 생애학습동을 이어주는 투명 철제 다리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 곳을 지날 때마다 하늘을 마주한다.

하카타 초등학교 '표현의 무대'. 옆쪽에 나 있는 문을 통해 쉽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외부 계단을 올라오면 표현의 무대 맨 위쪽으로 올라올 수 있다

 

하카타 초등학교는 건물 각 층마다 외부계단과 출입구가 따로 있고, 곳곳에 야외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수업과 강연, 지역축제 협의 등 다목적으로 쓰이는 표현의 무대는 밖이 내다보이고, 문을 열면 행인들이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입니까?"

하루미 중학교 교장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은 곳.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창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다

 

취재진의 물음에 하루미 중학교 후지 토시로 교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층을 이어주는 넓은 계단 있지 않습니까. 유리창이 커서 경치도 보이고 햇살도 들어옵니다."

※건국이래 대한민국 교육과정은 숱하게 바뀌었다. 사회변화와 시대요구에 부응한 결과다. 하지만 학교건축은 1940년대나 2019년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네모 반듯한 교실, 바뀌지 않은 책걸상, 붉은색 계통의 외관 등 천편일률이다. 이유는 뭘까? 이로 인한 문제는 뭘까? 선진국과는 어떻게 다를까? 교육부는 앞으로 5년간 9조원을 학교공간 혁신에 투입한다. 학교건축 무엇이 문제인지 CBS노컷뉴스가 총 11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편집자주]

글 게재 순서
①우리나라 학교건물은 왜 교도소를 닮았을까
②"학교 갇혀서 공부하는 곳 아냐" 지역과 함께하는 영국 학교
③'낙오자는 없다'…건물에 교육철학 반영한 독일 ASW
④ "학교가 오고 싶어요"…비결은 '사용자 참여 설계'
⑤ "보이지 않는 공간, 폭력 부른다"…몰랐던 학교 공간들
⑥ 해외 학교만 최고? 국내 학교도 모범 사례 있다
⑦ 공간이 학생을 바꾼다…"죽어있던 교실이 살아났어요"
⑧ 교실 벽도 없앴다…학교건축 획일화 탈피한 일본
⑨ 하늘 못 보는 한국 학생 vs 하늘 보는 일본 학생
(계속)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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