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면직취소소송을 심리한 항소심 법원이 안 전 국장의 '돈봉투 만찬' 행위를 판결문에서 강하게 꾸짖었다. 그러한 만찬의 배경으로 의심받았던 안 전 국장과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사이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도 언론이 진실을 보도했다고 평가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선고한 안 전 국장의 면직처분취소소송 판결문에서 "(당시) 언론 보도는 상당히 근거 있었다고 보인다"며 "사실이 다소 과장되었을지라도 언론이 진실을 왜곡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보도는 우 전 수석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던 2016년 7~10월 3개월간 안 전 국장과 1000여회 통화했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원고(안태근)는 검찰국장으로서든 법무부 장관 대행자로서든 우 전 수석과 160회정도 통화를 했다"며 "언론에서 연락횟수로 보도한 1000여회라는 것은 통화 없이 통화시도로만 끝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 평균 10차례 이상 통화시도를 해 2회 정도 통화했다는 것"이라며 "원고와 우 전 수석 사이의 상황이 대단히 급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전 국장 측은 검찰 인사 문제나 검찰 직원에 대한 비위 첩보, 사법제도 변화(상고법원, 법관 해외파견 등)에 대한 법무부 입장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연락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고등법원.(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평시라면 몰라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에서 집회·시위가 벌어지는 시국에 논의할 사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그 수사 상황을 제외하고 무엇이 그리도 급박할 수 있는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대체 알 수 없다. 최소한의 설득력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안 전 국장은 2017년 4월 21일 우 전 수석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았던 특별수사본부 검사들과 저녁자리를 하면서 6명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 해당 자리에는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참석했다.
특별수사본부가 우 전 수석에 대해 한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기각되자 곧바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시기다.
재판부는 "불구속 기소 후 4일 만에 원고가 해당 회식에 참석해 수사 검사들에게 현금봉투를 교부한 것은 여론과 국민의 의견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안 전 국장은 이 일로 검사징계법상 '품위손상' 등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징계위원회에서 면직처분을 받았다. 안 전 국장 측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훼손은 제 처신 때문이 아니라 언론의 왜곡된 허위보도로 인한 것"이라고 법정에서 다퉜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당시 원고와 우 전 수석이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은 사실이며 언론은 여러 정황상 수사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라며 안 전 국장의 행위가 징계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1·2심 모두 징계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면직'이라는 수위는 과하다고 봤다. 비위의 반복성이나 직무상 위법·부당행위 여부, 과거 면직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징계기준 보다 몇 단계 이상 무거운 처분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안 전 국장의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