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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를 압도했던 LG 차우찬의 역투 '빛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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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차우찬 (사진=연합뉴스 제공)

 


LG 트윈스 차우찬은 2019 KBO 준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뛰고 있는 전체 투수들 가운데 포스트시즌 경험이 가장 많다. 총 24경기에서 49⅔이닝을 소화하며 3.44라는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대부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쌓은 기록이다. 과거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류중일 LG 감독은 차우찬이 가을 승부처에서 얼마나 강한 투수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차우찬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1차전 키움 승리의 주역 박병호와 차우찬의 승부는 경기 초중반의 하일라이트 중 하나였다.

차우찬은 박병호를 세 차례나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볼배합이 빛났다. 차우찬은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제구가 조금만 흔들려도 위험할 수 있는 높은 코스의 직구도 과감하게 뿌렸다.

결정구는 커브였다. 시속 110km 전후의 느린 커브에 박병호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3번 모두 커브에 방망이를 헛돌려 고개를 숙였다.

6회말 세 번째 승부가 백미였다.

차우찬은 LG가 3대0으로 앞선 6회말 처음으로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고 이정후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1사 2,3루 위기가 계속된 가운데 타석에 박병호가 섰다.

박병호는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차우찬은 파울 3개를 이끌어내며 투수에게 유리한 2스트라이크 상황을 만들었다.

이후 선택이 과감했다. 3구 연속 커브를 던졌다. 앞선 2개의 커브는 제구가 좋지 않았지만 포수 유강남이 필사적으로 블로킹을 했다. 3번째 공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절묘하게 떨어졌다. 박병호는 또 한번 방망이를 헛돌렸다.

LG가 이날 최대 위기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지난 1차전에서 2안타에 그쳤던 LG 타선은 초반부터 힘을 냈다. 김현수가 1회초 1사 1,3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려 선제점을 뽑았다. 2회초에는 김민성이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냈다. 유강남은 3회초 2루타로 팀의 세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LG는 초반 3대0 리드를 만들었지만 대량 득점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다. 4회까지 잔루가 8개였다. 키움의 화력을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점수차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박병호는 차우찬이 마운드를 내려가자마자 힘을 냈다. 1대4로 뒤진 8회말 1사 1루에서 김대현을 상대로 중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키움은 기세를 몰아 다시 한번 LG 마무리 고우석을 무너뜨렸다. 서건창이 9회말 2사 3루에서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차우찬의 호투에 막혀 벼랑 끝에 몰렸던 키움의 막판 집중력과 저력은 놀라웠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LG는 주춤했다. 고우석을 내리고 베테랑 송은범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병호가 내야땅볼로 물러나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지만 이미 기세는 키움에게 기운 뒤였다.

키움은 연장 10회말 선두타자 김하성의 안타와 LG의 어이없는 견제 실책으로 2사 3루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주효상이 2루 땅볼을 때렸고 홈 승부는 이미 늦었다. 키움이 5대4 역전 드라마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박병호를 압도했던 차우찬의 호투는 빛을 잃었다. 승리의 스포트라이트는 3회 1사부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1점만을 내주며 마운드를 지킨 8명의 키움 불펜투수들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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