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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일 설명도 없이 친일파 가옥관리…허술한 등록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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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친일인사 등록문화재 5곳 중 친일행적 기록 한 곳도 없어
2004년 최초 등록 후 세금 2.3억 지원됐지만 치적만 홍보
친일인사 단죄비까지 설치한 광주시와 대비돼
반일의 상징적 인물 이순신·윤봉길 영정·현판을 친일인사가 만든 것도 문제
최경환 "친일인사 시설에 세금 동원…문화재청 시민에 친일행적 알려야"

소설가 이광수의 서울 홍지동 별장 터.(문화재청 제공)

 

친일 인사들이 살던 가옥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세금으로 유지·보수가 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 인사의 친일 행위에 대한 안내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에서 활동 중인 최경환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친일인사 가옥 등록문화재 지정 및 예산 지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만 친일파 가옥 5채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홍지동 소재 소설가 이광수의 별장터는 2017년 지붕 기와 보수와 마당 정비, 창고 보수 등을 이유로 7500만 원의 지원을 받았다.

누하동에 위치한 화가 이상범의 가옥과 화실은 2005년 문화재로 지정된 후 2011년 화실 보수로 7000만 원, 2014년 가옥과 화실 연결 복도 복원으로 2000만 원, 올해 지붕과 담장 보수로 800만 원 등 3차례에 걸쳐 총 9800만 원의 지원을 받았다.

친일 인사의 가옥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등록문화재가 국비 5대 지방비 5로 총 2억3000여만 원의 세금을 지원받은 시설임에도 인사들의 친일 행적은 뺀 채 업적만 기록된 반쪽짜리라는 점이다.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2016년 창호 보수를 사유로 1000만 원을 지원받은 작곡가 홍난파의 홍파동 가옥에는 난파의 흉상과 업적에 대한 기록 안내판만 설치돼 있을 뿐, 변절 후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친일 작품을 발표한 이력은 전혀 소개돼 있지 않다.

나머지 4곳의 가옥에도 문화재로 등록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인 옛 집주인에 대한 친일 행적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친일 인사와 관련된 문화재에 친일 행적을 담은 안내판이나 표찰은 물론 친일 행위에 대한 단죄비까지 설치해 온 광주광역시의 대응과는 판이하다.

광주공원 안에 설치된 윤웅렬·이근호·홍난유의 단죄비. 눕혀져 있는 비석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충무공 이순신이나 윤봉길 의사 등 일본과 맞서 싸운 인물을 포함해 세종대왕, 신사임당 등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영정을 친일 화가가 그린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73년 실시된 국가표준영정 지정 사업으로 인해 제1호 표준영정이 된, 현재 아산 현충사에 있는 충무공 영정은 친일 화가인 장우성의 작품이다.

윤봉길 의사 사적지에 걸려 있는 윤 의사 영정도 장 화백이 그린 것이다.

친일 인사라 해서 문화 활동을 금할 수는 없지만, 하필 일본의 침략에 맞선 대표적인 인물이나 국민 정서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영정을 친일파가 그렸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충사를 비롯한 충무공 사적지 3곳과 윤봉길 의사 사적지 등 전국 18개 사적지에 걸린 현판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친필로 작성한 점도 이같은 맥락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충무공의 경우 옛 현충사에 위치한 숙종 사액현판 등 교체 가능한 문화재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친일 인사와 관련한 시설을 유지·보수하는데 국민의 세금과 행정력이 동원되고 있는 만큼 문화재청은 친일 행적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맞다"며 "친일 인사가 만든 문화재 관련 시설물도 적절한 문화재로 대체하거나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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