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깜짝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연합뉴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 산업계 및 시민사회 지도자, 국제기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2021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시행을 앞두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 국가와 민간 부문의 행동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기상이변 등을 거론하면서 "자연이 성났다. 자연이 전 세계에서 분노로 반격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긴급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협상할 때가 아니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행동할 때"라며 "과학이 '우리는 너무 늦지 않았으며,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탄소 중립'은 순(純)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의 10대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세계 정상급 인사들을 향해 "미래 세대의 눈은 여러분들을 향해 있다"면서 "여러분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20일 지구촌 150개국에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청소년 등 약 400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정상회의에는 당초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분간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깨끗한 공기와 물에 대한 신봉자라면서 "모든 국가들이 함께 모여 그것을 해야 한다. 매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디 인도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을 듣고 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툰베리의 연설도 듣지 않았으며, 대신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툰베리에 대해 "그는 밝고 놀라운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소녀 같다"면서 "그래서 (그런 그를) 보는 것은 좋다"고 간략히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2017년 6월 탈퇴했다.
이날 정상회의에는 약 60개국 정상들이 자신들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 중국과 함께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비(非) 화석연료의 비율을 높일 것이라면서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능력을 175GWh(기가와트)까지, 이후 이를 450GWh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줄이고, 2050년에는 '기후(탄소) 중립'이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탄소 오염을 증가시키는 상품 수입과 오염 배출 공장에 대한 자금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무역·금융정책에 기후변화 요소를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중국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국가들은 기후변화 협정상 약속을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면서 "일부 당사국의 (협정) 탈퇴가 세계 공동체의 총체적인 의지를 흔들거나 국제협력의 역사적인 흐름을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 "상황이 좋지 않고 지구가 고통받고 있지만,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고 여전히 (대응할)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195개 협약 당사국은 지난 2015년 12월,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채택했다.
당사국들은 협정에서 '이번 세기말(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2015~2019년 지구 기후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농도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전 5년(2011~2015년)보다 20% 높아졌다고 밝혔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평균 온도 2도 상승을 막으려면 현재보다 3배 이상,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5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