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A(16)군은 2년 전 친구들을 따라 온라인 도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을 쉽게 벌 수 있고 번 돈으로 친구들과 놀 수도 있어 좋았다고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1500만원을 도박으로 잃었지만 끊지 못한 상태다.
B(16)군도 2500만원의 빚이 있지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을 따면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 해주니까..."라는 것이 B군이 도박을 끊지 못하는 이유다.
'친구들 때문에' 불법 도박을 접하고 '친구들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청소년 도박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서 재학 중 청소년의 49.3%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도박을 알게 됐다고 말했고 29.8%는 친구나 선·후배의 소개를 받았다고 했다.
도박을 주로 같이 한 사람 역시 '친구나 선·후배(66.3%)'였다.
친구들이 큰돈을 따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서, 또는 호기심에 도박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본인이 그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듯한 영웅심리도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B군은 "친구들에게 도박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계속 돈을 땄다고 이야기하면서 거짓말을 반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이들 청소년은 학교에서도 도박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교내에 유사 사채까지 있다고 말한다.
학교 친구가 권해 도박을 하게 된 C(13)군. 도박을 권유한 그 친구에게 도박자금까지 지원받았다.
C군에게 30만원을 빌려준 친구는 이자를 붙여 90만원을 갚으라고 했다. 돈을 갚지 않으면 학교에 C군의 불법 도박 사실을 알리겠다는 '불법 추심'도 서슴지 않았다.
D(16)군은 학교 친구에게 15만원을 빌리고 매주 이자로 5만원을 냈다. 연 이자율이 1600%에 달한다.
C군과 D군 모두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와 중고거래 사기에까지 손을 댔다.
A군 역시 SNS를 통해 알게 된 '형들'에게 돈을 빌려 도박자금을 충당했다 '형들'이 집에까지 와 돈을 갚으라고 행패를 부리면서 부모님이 아들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 김세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학교 차원의 집단 상담 요청과 개인 상담 요청 모두가 늘었다"며 "일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정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과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여전히 도박 문제를 숨기려는 부모와 학교 역시 적지 않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도박과 사채로 불어나는 돈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미 어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상태다.
※ 불법 도박은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서 나온 재학 중 청소년의 도박 유병률은 6.4%25. 이미 성인(5.3%25)의 수준을 넘어섰다. 청소년 도박 중독과 채무 문제 또한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불법 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의 실태를 4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두 번째 순서는 더 이상 '일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닌' 학교 현장에서의 도박 문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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