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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하는 ‘좋은 사람’·‘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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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tvN '아스달 연대기' 무광 & SBS '의사요한' 이유준 역 배우 황희 ②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 촬영을 마친 배우 황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배우 황희(본명 김지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배우가 아니다. 차곡차곡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연기의 기본을 닦은 후 무대를 넘어 브라운관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황희'라는 배우를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아직은 해야 할 것들도, 배워야 할 것도 많은 황희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희는 지난 2010년 뮤지컬 '생명의 항해'로 데뷔, 연극 '마법사들'(2013), '작업의 정석'(2012~2015), '러브이즈'(2015) 등 주로 연극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17년 방송된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후, 2019년에는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에 동시에 출연했다.

한쪽에서는 대칸부대의 전사 '무광'('아스달 연대기')을, 한쪽에서는 환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의사 이유준('의사요한')을 맡아 시청자에게 상반된 매력을 선보였다. 황희는 동시에 180도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각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무광과 이유준의 삶을 눈빛과 말투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배우 황희를 지난 19일 오전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황희는 자기 생각을 한 글자, 한마디 신중하면서도 또렷하게 표현했다.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 촬영을 마친 배우 황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아스달 연대기'가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드라마가 잘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김원석 감독님이 검증되지 않은 황희라는 배우에게 큰 역할 맡겨준 작품이다.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 나에 대해 흔들림이 있을 때 조금 더 버틸 힘이 되어 줬다. '아스달 연대기'를 끝내고 난 뒤 어느 현장에 가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어려운 숙제를 마친 느낌이랄까. 드라마를 통해 무광이라는 인물이 인기를 얻어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기보다, 나 스스로 마음에 대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심기일전해서 더 잘 보여주자는 자신감 말이다.

▶ 배우는 드라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시청자의 눈에는 화면에 나오는 모습이 전부지만,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극 중 인물로서 살아온 삶의 일부를 그려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사요한'을 예로 들면, 강미래(정민아 분)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럴 때 눈빛이나 말에 오롯이 이유준으로서의 감정을 담아내야 할 텐데, 배우 황희가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캐릭터에 접근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있을까.

특별한 건 사실 없는 거 같다. 그냥 많은 배우가 하는 방식일 거다. 일단 대본을 통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보고, 해당 인물이 드라마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찾는다. 그러고 나서 살을 입히기 시작한다. 이유준을 예로 들면, 이유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늘 생각하고 다니다가
'이런 상황에서 이유준은 이럴 거야'라면서 글을 적어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두서도 없는 글들이 엄청나게 많이 쌓인다. 중요한 건 그렇게 적어 놓은 글들을 집에 가서도 읽어보고 일할 때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 촬영을 마친 배우 황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어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인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함께하는 건가.

나는 이걸 '생각 굴리기'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무광 때도 역할에 맞게 나쁜 생각을 많이 했더니 인상이 많이 나빠졌는데, 유준을 할 때는 처음엔 불편했던 가운이 어느 순간 편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부터는 내가 뭘 해도 무광이고, 어떤 말을 해도 이유준처럼 나온다. 그때 내가 적어 놓은 복잡했던 글들이 단순해진다. 이 단순함은 고민과 생각이 담겨 있는 단순함이다. 나는 그런 방식을 거친다. 나만의 방식이 아니라 다들 비슷할 거 같다.

▶ '내일 그대와'와 '아스달 연대기' 사이에 시간이 있었다. 혹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봐도 되나.

'내일 그대와'는 사전 제작이라 방송은 2017년 초에 나갔지만 내가 찍은 건 2016년 하반기였다. '아스달 연대기' 전까지 1년 반 정도 쉬었다. 물론 그 쉼은 내가 원하는 쉼은 아니었다. 늘 오디션을 봐야 했고, 낙방하면 쉼이 되는 거다. 그런 시간의 연속이었다.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그러다 보니 연기한답시고 어디 가서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저는 연기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기가 민망한 순간이 온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그래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잘 잡고 살고 있었고, 그러던 때 본 오디션 중 하나가 '아스달 연대기'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김원석 감독님과 같은 거장 감독님께서 나를 뽑아주셔서 내 설움과 그간의 시간이 위로가 많이 됐다.

▶ 연극으로 먼저 연기를 시작한 거로 알고 있다. TV 문법은 익숙해졌나? 연극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완성된 상태에서 작품을 연구하고 들어갈 수 있지만 TV는 어느 정도 방향성은 제시되지만, 매번 서사와 캐릭터가 쌓여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어려울 때는 없었나.

연기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기의 뿌리는 연극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외에 연극 무대와 TV 드라마가 많은 것이 달랐다. 연극은 1에서 시작해서 100까지 차근차근 끊기지 않고 달려가는 느낌이다. 컷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와 와서는 카메라가 있고, 즉흥이라는 게 연극보다는 조금 덜 허용되고, 충분한 계산이 필요했다. 그런데 연극과 다른 이런 점들 또한 굉장히 재밌었다. '의사요한'을 촬영하면서 지성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우려 했다. 카메라에 나오지 않아도 자신이 얼마만큼 나오는지를 어떻게 아는지, 정말 경외심이 들 정도로 잘하신다. 카메라 안에서 연기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가진 에너지를 함축시켜서라도 표현해야 하는 것 등이 여전히 어렵다. 아직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서 그런 부분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v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 촬영을 마친 배우 황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사실 아직은 이것저것 해봐야 할 역할이 더 많은 시기이긴 하다. 그래도 배우 생활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을까.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건, 영화 '캐스트 어웨이'(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2000)를 진짜 좋아한다. 표면적으로는 표류기인데, 잘 살펴보면 절절하고 현실적인 사랑이 담겨 있다. 구사일생 된 후 와이프한테 가지만, 새로운 남편이 있었다. 거기서 제일 궁금했던 게, 둘이 이루어질까 하는 거였다. 매번 엔딩을 알면서 보지만 가슴이 아픈 거 같다. 영화에서 비가 오는데 톰 행크스 형님이 돌아서서 가는 장면이 있다. 전 와이프는 그 집에서 따라 나와서 톰 행크스에게 키스하는데, 나는 그게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그런 절절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

▶ '황희'이라는 배우가 배우로서 살면서 앞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 드는 생각으로는 배우는 작품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가진 일에 대한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를 고민하는 것은 배우가 할 몫은 아닌 거 같다. 내가 아직 더 올라가 보지 않았기에 말을 쉽게 하는 것 일 수도 있지만, 그런 거 같다. 작품을 많이 해야 하는 거 같다. 그리고 내가 놓치지 않고 싶은 건,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배우가 된다는 것이다. 그건 늘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결국 내가 누구 하나 이해하지 못하면서 작품 속 인물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이해하는 그릇을 더 넓혀가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끝>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 촬영을 마친 배우 황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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