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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 직접 분석한 '타짜3' 도일출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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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대사 '나쁜 꿈을 꾸었습니다' 떠올려"
"시궁창 현실 대신 포커판서 존재 확인하려는 청년"
"나락으로 떨어뜨린 열등감…'내면의 타짜' 성장기"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도박판의 수렁에 휘말린 한 청년이 기사회생하는 여정을 그린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주인공 도일출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완성작을 보고 나서도 김지운 감독 작품 '달콤한 인생'(2005)에 나오는 대사 한 줄을 떠올렸다고 했다.

"나쁜 꿈을 꾸었습니다."

"극중 도일출이 정말 나쁜 꿈을 꾸고 있단 느낌이 들었어요. 도박의 세계는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 겪기 힘든 곳이잖아요. 그런데 찬찬히, 차근차근 살펴보니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더군요. 예전에는 '미친 거 아냐?'라고 치부했는데, 지금은 연민도 듭니다. 자기 의지와 어긋난 유혹에 빠진, 돌이킬 수 없는 문을 지나왔을 때 갖게 되는 커다란 절망감이 있을 테니까요."

최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박정민은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3)을 성장담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극중 도일출이 '과연 실제로 있을까?' 싶을 만큼 너무나도 빠져나오기 힘든 사건들을 겪다보니까 연기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었었다"며 말을 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도박판에 쭉 빨려들어갔을 때 과연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까라는 부분을 종잡기 힘들었어요. 특히나 '타짜'라는 시리즈물 안에서 해내야 하는 연기들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 평범한 사람이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었을 때 할 법한 행동이나 눈빛, 쓸 법한 말투 등을 찾는 데 몰두했죠."

박정민은 "이 점에서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고 스태프들이 힘써주는 환경을 동력 삼아 도일출이라는 인물의 집약된 성장 과정을 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 "도박판조차 '시궁창 같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깨닫는 순간…"

배우 박정민(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 초반 도일출이 마돈나(최유화)를 만나면서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무모하게 내던지는 시퀀스는 "왜?"라는 물음을 지닌 관객들을 납득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정민은 특유의 섬세한 연기 톤으로 이를 무난하게 극복해낸다.

"열등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도 '흙수저'라고 말하는 도일출은 포커를 칠 때만큼은 달라집니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카드 7장 들고 치는 건 다 똑같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포커판에 뛰어드는 겁니다. 현실로 돌아오면 시궁창인데, 포커판에서만큼은 자기 존재가 빛나니까요."

박정민은 "극중 마돈나를 옥죄는, 굉장히 나쁜 사람인 것 같은 한 남자를 깨부수고 싶은 열망 역시 스스로 포커에 재능을 지녔다고 자부하는 도일출이 지닌 열등감의 발로라고 봤다"며 "포커 실력으로 자기 존재를 입증함으로써 마돈나에게도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처참하게 무너지죠. 그 이후 도일출은 도박판에 쭉 빨려들어갑니다. 그 역시 열등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보통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볼 텐데, 도일출은 이성의 작동이 멈춘 상태에서 도박판에 다시 가서 계속 자신을 입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는 "결국 도일출이 '금수저든 흙수저든 카드 7장 들고 치는 건 다 똑같다'고 생각했던 도박판조차 시궁창 같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며 "서로 속고 속이면서 배신하는 그 세계 생리를 도일출은 깨달아갔고, 마지막 판에서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애꾸(류승범)가 던지는, '상대 빼고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사는 도박판 생리를 설명하는 핵심이에요. 포커는 카드가 커서 손기술을 쓰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팀으로 활동하는 여러 명이 접근해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다더군요. 안전하게 믿게 한 다음 싹 긁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결국 카드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심리를 악용하는 거죠."

◇ "용서받고픈 도일출의 순수함…시나리오 보면서도 왈칵"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캐릭터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정민은 '타짜3'에서 연기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치명적인 실수 탓에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린 도일출이 이를 만회할 심산으로 자해를 하겠다고 나서는 신을 꼽았다.

"스스로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자부하던 과정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 거잖아요. 이때 다시 아이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죠. 어른인 척하던 아이가 그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나올 법한, '이렇게 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 건가요?'라는 대사와 함께 아이 같은 행동을 들춰내고 싶었어요. 도일출이 사실은 내면적으로 덜 성숙한 청년이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거로 판단했거든요. 내면은 '타짜'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나는 장면인 셈이죠."

그는 "용서받고 싶은 도일출의 그 순수한 마음이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왈칵하게 만들었다"며 "지금도 그 장면을 촬영할 때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결국 '타짜3'는, 박정민의 표현을 오롯이 빌리면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도 자기 존재를 지킬 만큼 단단해져 가는 '내면의 타짜' 이야기"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도일출은 팀이 와해된 뒤 삶이 엄청나게 메마르고 황폐해집니다. 그 반포기 상태를 겪으면서 도일출의 마음도 단단해진다고 봤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의 분노가 정말 무서운 거잖아요. 극 말미 관련 장면에서 화도 내고 울어도 보는 식으로 여러 표현을 해봤지만, 결국 분노를 억누르면서 나타내지 않는 연기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정민은 "그렇듯 싸늘하게 모든 것을 다 털고 일어나는 것이 최고의 복수 아닐까"라며 "그러면서 청년 도일출도 어른이 돼 가는 것으로 봤다"고 했다.

"어떤 영화든 관객들이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짜3'는 기존 1, 2편과 경쟁하기 위해, 더 훌륭하게 내놓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에요. 우리에게 꿈을 심어준 전작들에게 예의를 갖추려고 애쓴 이유도 여기에 있죠. 대표적인 성인 오락물 시리즈에 참여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낍니다. 언제 또 이런 브랜드 있는 영화 주인공을 맡아보겠어요. (웃음) 관객들이 너무 좋아했던 1, 2편의 동생격으로서 젊은 세대가 만든 '타짜3'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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