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박람회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인 기업들이 그만큼 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AI) 도입은 대세가 됐고, 최고경영진(CEO)까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주 구직자 연령층인 20대들인 만큼 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에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채용 설명회도 열리고 있다.
◇ 좁아진 하반기 취업문
올 하반기 취업문이 지난해보다 좁아져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전체 대기업 중 채용 계획을 세운 곳은 79.2%로 작년(91.1%)보다 11.9%포인트나 줄었다. 채용 규모도 작년보다 4.1% 감소한 4만2천836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화답'하면서 고용 시장에 숨통을 틔웠으나, 1년 만에 다시 채용 축소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채용 규모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수시 채용이 늘면서 공채는 점점 더 줄고 있다.
대기업 186곳 중 공채를 하는 곳은 56.4%로 작년 하반기보다 11.2%P 줄어든 반면, 수시 채용 비율은 11.8%에서 올해 하반기 24.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신입 공채를 아예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상시화했고, SK도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공채를 줄여서 3년 내에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인공지능(AI) 채용 확산지난해부터 채용시장에 도입되기 시작한 AI 채용은 올 하반기 채용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구직자들의 질문을 바로 응대하거나 서류 표절 등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KT, 롯데그룹, LG그룹 등이 채용 절차에 AI를 도입했다. AI가 자기소개서를 분석해서 표절 여부를 검수하고 직무 부합도 등을 평가한다. 기업들은 AI를 통해 서류 심사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AI에 기반한 상담 챗봇(chatbot)으로 지원자들을 응대한다. 지원자들은 전형 일정, 인재상, 직무소개, 자격요건, 복리후생 등 게시판에서 일일이 찾아보거나 회사 측에 직접 문의하지 않아도 챗봇을 통해 편리하고 빠르게 알아볼 수 있다.
채용박람회(사진=연합뉴스)
◇ 인재채용에 최고경영진(CEO) 발벗고 나서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 인재 채용 행사를 직접 주관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 5월에도 독일에서 열린 유럽 첫 글로벌 인재 채용 행사에도 참석했다.
SK그룹은 지난달 15일 미국 뉴저지주와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인재 발굴 포럼을 열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과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원들이 직접 나섰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과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현장면접관으로 나서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할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라며 "주요 그룹 총수들이 CEO들에게 미래 인재 육성을 일제히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채용에 유튜브 활용…지원자들도 관심가져야
유튜브에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채용 설명회도 열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일 유튜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온라인으로 묻고, 입사 5년차 이내 직원과 채용 담당자들이 직접 답하는 실시간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회사를 홍보하는 채널도 유튜브가 대세다. 거의 모든 주요 기업들이 유튜브에 재미를 가미한 회사 홍보 영상을 올린다.
특히 일상을 담은 영상인 '브이로그'나 업무 소개 영상이 최근 채용 시즌과 맞물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삼성SDI의 경우 직원들이 출근해서부터 퇴근하기까지 일상을 직접 촬영한 직장인 브이로그 시리즈를 최근 올려 조회수 40만회를 기록했다.
기업 관계자는 "분위기가 무겁고 여러 회사가 동시에 참가하는 취업 박람회·설명회보다 시공간 제약이 없으면서 20대 눈높이에서 회사를 알리는 유튜브가 실질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며 "채용 시즌을 맞아 관련 영상을 강화하고 있어 지원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