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캡처)
유명 가구브랜드 이케아를 이용한 유튜브 콘텐츠가 성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것은 한 동영상 제작 업체가 최근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콘텐츠였다.
영상에는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가구 조립 과정에서 카메라는 클로즈업이나 미묘한 각도로 신체 일부가 노출된 옷을 착용한 여성들의 몸을 부각시킨다. 조립 중간 '포토 타임'에는 어깨끈을 흘러내리게 해 '섹시한' 콘셉트로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영상 게시 이후 온라인에서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가구 조립'이라는 일상적 행위까지 이용해 여성을 공공연하게 성상품화하고, 성적대상화한다는 지적이었다.
우려했던 대로 영상에는 여성 모델의 신체 부위를 두고 성희롱적인 댓글들이 달렸다. 유튜브 검색창에 '이케아'를 넣으면 자동으로 '이케아 조립 여자' '이케아 조립하는 여자' 등이 상위에 등장한다. 지난 달 8일에 게시된 첫 번째 영상은 조회수 50만을 돌파했다. 해당 영상에 얼마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업체가 게재한 또 다른 영상에서는 '이케아 사장님 보세요. 이런 설명서도 좋지만 동영상 설명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동영상을 만들어봤다'며 이케아 측에 이 같은 설명이 얼마나 유익한지 강조하고 있다.
비판이 쏟아지자 업체는 문제가 된 영상을 비공개 전환하고 지난 21일 SNS에 입장글을 올렸다.
이 업체는 "일반인 모델분을 섭외해 촬영이 진행돼 이렇게 화제가 될지도 예상 못했고, 모델분도 적지 않게 당황을 한 상태다. 그래서 1차적으로 영상을 비공개 전환했다"며 "노출수위 및 저작권 문제 등을 유튜브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고, 추가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는지 검토가 끝나면 문제 없는 영상부터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상품화·성적대상화 논란에 대해서는 "무조건 안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아달라"며 "노골적인 성적 자극을 위한 것도, 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만든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고, 각자의 시선에서 영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여성만을 주제로 다루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기획 중에 있다"고 영상 콘텐츠 제작을 계속할 것임을 알렸다.
이 말을 증명하듯 해당 업체는 지난 2일 '여성 작가님 시선에서 바라본 이케아 조립장면'이라는 제목으로 상의 탈의한 남성이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그러나 여성 모델이 등장했던 이전 영상들과는 분명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여성 시청자로 보이는 이들의 뜨거운 반응은 없고, 성상품화 지적을 비판하며 업체에 응원을 보내거나 노골적인 '실망'을 표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새로 게시된 영상을 포함해, 복구된 문제 영상들은 현재 성인 인증 없이 전 연령 시청이 가능하다. 유튜브 정책에 따르면 '성적 만족을 위한 과도한 노출이나 부분적인 노출'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게시 불가 수준에 해당하는 묘사가 없더라도 그러한 콘텐츠는 연령 제한 동영상으로 분류돼야 한다.
이 모든 규제는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무료 콘텐츠의 경우 크리에이터가 자체적으로 연령 제한을 적용해야 하며 유튜브가 콘텐츠를 검토하는 것도 이용자들의 신고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연령 제한 동영상은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없어 크리에이터들에게 자발적인 규제 참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유튜브가 나서야 하지만 실효성 있는 규제 적용에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관계자는 "해당 콘텐츠는 성인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콘텐츠가 연령제한 없이 유통되고 있다면 즉각 미성년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튜브는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얻는 시스템이기에 선정적, 자극적 콘텐츠 경쟁을 부추기게 된다"면서 "현재 유튜브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에 맞는 규제 조치가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국내 법적 규제를 거부하려면 자율 규제로도 충분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