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자료사진)
제철소 조업 정치 처분으로 고로(용광로) 가동 중단 가능성까지 임박했던 '브리더밸브' 논란을 해결할 방안이 마련됐다.
업계가 공정·시설을 개선해 먼지 배출을 줄이면 정부가 관련 기준을 설정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관리하는 대신 업계에서 우려했던 용광로 중단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는 최근 논란이 된 용광로 브리더밸브 개방 문제에 대한 민관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업계에 대해서는 브리더밸브에서 배출되는 주요 오염물질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기 보수 작업절차 및 공정개선을 시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환경부는 브리더밸브 개방 시 불투명도 기준을 설정하고, 배출되는 먼지량을 사업장의 연간 먼지 배출 총량에 포함해 관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용광로 정기보수 절차
브리더밸브는 용광로 상부에 설치된 안전밸브로 용광로 내부압력이 일정값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열린다.
용광로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정비하는데, 작업을 마친 뒤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 잔여 가스와 반응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브리더를 통해 환기시킨다.
문제는 이 때 대량의 먼지가 배출된다는 점으로, 이 때문에 지난 5월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충청남도는 대기환경보전법을 어겼다며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상대로 고로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브리더 개방은 오염물질을 몰래 배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조치"라며 "대체 기술이 없어 해외에서도 정비 작업을 할 때 브리더를 개방한다"며 반발했다.
결국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현대제철의 행정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여 조업정지 처분이 미뤄졌고, 환경부는 지난 6월 산업부와 지자체, 산업계, 시민사회 등과 함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개선방안 마련을 모색해왔다.
현대제철 배출시설 특별점검
이번에 민관협의체가 확정한 저감방안에 따르면 업계는 브리더밸브 개방 시 개방일자, 시간 및 조치 사항 등을 인허가 기관(지자체, 유역·지방환경청)에 보고한다.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가루(미분탄) 투입은 최소 3시간 전에 중단하고, 용광로 내 압력 조정을 위한 풍압을 낮게 조정하는 등 먼지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작업절차도 개선한다.
또 브리더밸브 가운데 방지시설과 연결된 세미 브리더밸브를 적극 활용하도록 환경부 주관으로 내년까지 기술 검토 작업을 벌인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포스코 및 현대제철의 브리더밸브 상공의 오염도를 시범측정한 결과, 미분탄 투입 조기 중단 및 세미 브리더밸브 활용시 평소보다 먼지가 적게 배출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업계는 용광로 이외의 다른 배출원에 대한 환경시설 개선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제강시설에 대한 집진기를 추가 설치하거나, 열처리로 등에 대한 질소산화물 저감설비 설치, 코크스 원료 야적시설에 대한 밀폐화 조치 등을 통해 날림(비산) 먼지도 저감하기로 했다.
포항제철소 제1고로(사진=포스코 제공)
이에 대해 환경부는 '불투명도' 기준을 설정해 브리더밸브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관리한다.
미국처럼 제철소 용광로에 대한 불투명도를 측정해 먼지 농도를 규제할 적정 수준을 마련하고, 이를 날림(비산)먼지 배출시설 관리 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내년 4월 3일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 및 사업장 총량제 확대와 연계해 브리더밸브 개방 시 오염물질 배출량을 업체에서 배출하는 연간 오염물질 총량에 포함시켜 관리하기로 했다.
이번 저감방안에 따라 지난 5월 조업정치 처분을 받았던 포스코 및 현대제철 두 업체는 공정개선, 브리더밸브 운영계획 등을 포함한 변경신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변경신고 절차를 마치면 법에 따라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위법 발생 여지는 없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