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면서, 판단의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18조에 관심이 쏠린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9일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상고심 재판에서 공직선거법 18조에 따라 사건의 일부 유죄부분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직선거법 제18조 3항에 따르면, 대통령 등은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해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죄의 가중처벌과 형법상 수뢰 및 사전수뢰, 알선수뢰, 알선수재에 규정된 죄의 경우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해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 재임 중 뇌물과 관련된 죄를 범하면 선거범과 마찬가지로 선거권과 함께 피선거권이 제한되는데, 이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뇌물죄를 독립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9조 벌금형이나 금고형 등 각 형벌에 따라 피고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러 죄를 합산하여 양형을 정할 경우 피선거권 제한에 대한 판단이 어려우므로 뇌물 관련 범죄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통상 여러 혐의를 합친 뒤 선고하는 경합범의 경우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적정한 형을 정하게 된다.
당초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 상고심에서 해당 기준을 적용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릴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도 재판 과정에서 '분리선고'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측은 법리상 문제가 발견돼 직권으로 해당 결정을 내리는 게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재판부가 해석을 해서 판단하는 임의규정이 아니라 기준이 명확해 따라야 하는 강행규정"이라며 "법률적 문제가 발견되면 대법원에서 직권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도 기록돼 있다.
대법은 2011년 10월 한 지자체장 사건에서 "(해당 조항은) 선출직 공직자가 재임 중 뇌물 관련 죄를 범하는 경우 다른 죄가 뇌물 관련 죄의 양형에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리하여 형을 따로 선고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상 뇌물죄를 분리판단한다는 것은 기존 대법원 판례가 명확해 보통 재판 과정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법칙과도 같은 것"이라며 "국정농단과 같이 중요한 재판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마찬가지로 뇌물수수와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대가로 이 전 회장 등의 공천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삼성 측으로부터 다스 소송비 67억원을 대납받은 돈도 뇌물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가 이러한 혐의들에 대해 유죄로 판단할 경우,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와 같이 분리선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여러 혐의를 합친 뒤 적절한 형을 정하는 경우보다 형량이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