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차담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여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일 국회를 찾아 여당 지도부만 예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이달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문희상 국회의장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오신환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법사위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예방했다.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만 빼놓고 여당 측 인사 중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금 의원만 만난 모양새가 된 데 대해 당시에도 검찰개혁을 앞둔 상황에서 다소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뒷말이 나왔었다.
이를 두고 한 최고위원회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윤 총장이 그때 따로 이 대표에게 전화해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관련한 문제가 있고 하니 다음에 인사 가겠다'고 했다"며 예방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국회엔 청와대의 '8·9 개각'을 이틀 앞두고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이 기정사실화 됐던 때로, '조 후보자와 관련한 문제'라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대표실 핵심 관계자는 "일정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 시기 이 대표가 휴가 가려다가 가지 못했다"면서도 "의미를 두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야당부터 예방을 가기 민망하니까 취임 인사 차 전화를 했을 순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관련 사진 전시회'와 한국관광공사를 찾는 등 국회에서 업무를 봤고, 이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가진 뒤 임진각에서 열린 DMZ 통일걷기 해단식에 참석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휴가로 국회를 비우게 되자 우원식 당시 원내대표를 대신 예방했다.
당내에선 압수수색 이전부터 윤 총장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윤 총장과 조 후보자의 이견이 있는 데다 '조직주의자'인 윤 총장이 '양날의 검'이 될 거란 이유에서다.
윤 총장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검경의 의견이 다르면 소추권자인 검찰의 의견이 우선"이라며 사실상 '검찰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 취임식에서도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별도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지휘 필요성을 포기하지 않는 윤 총장과 달리 조 후보자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공언해 왔다.
조 후보자는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는 책에서 검찰을 '괴물'이라 표현하며 "민주사회에서 통제받지 않는 괴물을 방치해둘 순 없다. 이 괴물의 권한을 분산시켜 힘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윤 총장이 사법개혁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여당 지도부를 '패싱'한 것이 된 상황에서 개혁의 기수이자 자신과 이견을 보인 조 후보자를 향해 수사를 개시한 모양새가 됐다.
전날 이 대표가 검찰 압수수색을 "나라 어지럽히는 일"이라며 검찰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또 현장최고위와 원외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할)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갖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는가"라고 언급하는 등 강도 높은 비판성 발언을 쏟아낸 것도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검찰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사법개혁의 의지를 다지고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다소 흔들렸던 지지층을 결속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청문회를 앞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정치적 공격으로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