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44조원 가까이 늘어 513조 5천억원 규모로 편성될 전망이다. 올해 예산보다 총지출이 9.3% 늘어난 규모로, 500조원을 넘어서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29일 오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해 의결했다.
다음달초 국회에 제출될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513조 5천억원, 총수입은 482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총지출은 올해보다 9.3%, 총수입은 1.2% 증가한 수준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0.6%를 기록한 뒤 2.9~5.5% 수준을 유지하다가, 문재인정부의 첫 편성인 2018년엔 7.1%, 올해는 9.5% 증가한 바 있다.
올해 본예산 총지출은 469조 6천억원, 추가경정예산까지 합치면 475조 4천억원 수준이었다.
내년 예산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보건·복지·노동으로, 올해 161조원에서 181조 6천억원으로 12.8% 증액됐다. 특히 일자리 예산은 올해 21조 2천억원에서 내년 25조 8천억원으로 21.3% 늘어났다.
일반·지방행정은 80조 5천억원으로 5.1% 늘어난 반면, 지방교부세는 52조 3천억원으로 0.3% 감소했다. 교육 예산은 올해 70조 6천억원에서 2.6% 증가한 72조 5천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0.4% 늘어난 55조 5천억원이다.
국방예산은 7.4% 늘어 사상 처음 50조원을 넘어섰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에 맞서 R&D(연구개발) 예산은 17.3% 대폭 늘어난 24조 1천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도 27.5%나 증가한 23조 9천억원이 책정됐다.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22조 3천억원으로, 올해의 19조 8천억원에서 12.9% 증가했다. 다만 전통적인 '토목 예산'이 아닌 '생활SOC'를 크게 늘린 때문이란 게 당국 설명이다.
이밖에 농림·수산·식품 분야는 4.7% 증가한 21조원, 공공질서·안전 분야는 4.0% 증가한 20조 9천억원, 환경은 19.3% 늘어난 8조 8천억원, 문화·체육·관광은 9.9% 증가한 8조원, 외교·통일 분야는 9.2% 늘어난 5조 5천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외 경제상황, 세입여건과 세출소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 포용국가 기반 공고화, 국민 생활편의와 안전 향상 등을 차질없이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총수입 가운데 국세수입은 292조원으로, 올해의 294조 8천억원에 비해 0.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 분권에 반도체 업황 둔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다만 세외수입은 사회보장성기금 수입 증가(5.4%) 등에 힘입어 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는 올해 본예산 기준 37조 6천억원 적자에서 두 배가량인 72조 1천억원 적자로 폭이 커질 전망이다. 전년 대비 1.9% 감소에서 3.6% 감소로 수지가 악화되는 셈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역시 올해 본예산 기준 37.1%(추경 대비 37.2%)에서 내년엔 39.8%로 2.7%p 껑충 치솟을 전망이다. 적극 재정을 통한 경제 성장, 세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기 위해선 단기적 수지 악화를 감내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홍 부총리는 "세입기반 확충과 지출혁신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2023년까지 연평균 -3%대 중반, 국가채무비율은 40% 중반 이내에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성과가 미흡하거나 집행이 부진한 사업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특별회계와 기금재원의 칸막이식 운영 해소 등을 통해 지출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비과세·감면 정비 △역외 탈루소득 과세 강화 △민자사업 활성화 △국유지 종합개발 등 재원 다변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을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활력소' 예산 △국민 삶과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예산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에 맞서는 '돌파구' 예산으로 요약하면서 "당면한 위협요인을 기회로 바꾸고 또다른 도약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