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사진=아리랑TV 제공/연합뉴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 이사장은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등 최근의 한일 대립 상황과 관련해 "아베 신조 정권이 '대(大)일본주의' 사고에 빠진 것으로 양국 국민에게 백해무익한 일"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2009~2010년 민주당 정부를 이끌며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이사장은 28일 일본 중의원 제1 의원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동아시아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최근 일본의 상황을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대일본주의' 사고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정부가 안보상의 명분을 들어 수출 규제 보복을 단행하고 한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맞서는 등 한일관계가 정치, 경제적으로 경색된 상황에 대해 "일부 정치가에게 플러스가 될 수 있겠지만 양국 국민에겐 백해무익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로 다시 넣고 한국은 일본에 대한 대응조치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한일 양국이 전향적으로 결론을 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강제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도 과거에는 개인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며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원점으로 돌아가 이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식민지화가 결과적으로 남북분단의 원인이 되어 오늘날 남북분단에는 일본의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후 일본은 두 번 다시 전쟁하지 않겠다고 해서 평화헌법을 만들었지만 미국의 비호 아래 새로운 대(大)일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며 "일본은 다시는 군사적 의미에서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국을 식민지화했던 일본의 사죄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쟁으로 상처를 입힌 사람들은 그 일을 잊기 쉽지만,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며 무한책임을 거론했다.
또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일본은 상처를 입은 분들이 '더는 사죄를 안 해도 된다. 우리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2 기조 강연에 나선 이수성 전 총리는 "한일 양국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다"며 "보다 멀리 보는 큰 틀의 역사 인식으로 관계를 조망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한일 간의 갈등은 두 나라에 상처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안보질서와 세계 경제를 흔드는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양국 지도자들과 시민사회가 서로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면서 대결적 자세를 거두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이 전 총리는 현 사태를 해결하는 데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채택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귀중한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표명하고 한국은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확인한 이 공동선언의 정신이 계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도모코(阿部知子) 중의원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문제 등이 일본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등 아베 정부에서 삼권분립에 의한 통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