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와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검찰에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 해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공판에서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그룹 임직원 8명은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바이오 자회사로 회사가치가 4조5천억원 부풀려 평가된 것으로 알려진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소속 양모 상무는 변호인을 통해 "이 사건에서 증거위조가 전제되는 문서가 삼성바이오의 몇 년도 부분 재무제표 회계인지, 그 부분을 작성한 사람은 누구였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정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상무가 변경한 내용도 사실 '영업기밀'이라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검찰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도 유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성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문서들이 증거로 채택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이모 부사장의 변호인 역시 "증거대상 특정에 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피고인들이 은닉했다는 여러 자료들과 18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메인서버 백업 등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공소장에는 기재됐지만 검찰이 수사기록으로 제출한 증거에는 포함되지 않은 서류들이 있다"며 증거 제출 및 특정을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또 "삼성바이오 사건과 관련된 증거인멸 범위가 정확히 특정돼야 나중에 (삼성바이오 관련 사건이) 유죄가 되더라도 양형에 문제가 없을 것 아닌가"라며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증거의 정확한 관련성을 문제삼았다.
이에 검찰은 "넓은 의미의 관련성을 말하는 것"이라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유무죄 판별 여부는 이들의 혐의 입증과 무관하다고 받아쳤다.
또한 양 상무 측은 일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조작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상무 측 변호인은 "관련 자료 일부를 삭제하고 내용을 변경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증거위조죄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서 가운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사업계획' 등은 금감원의 감리결과에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고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및 부실공시를 뒷받침하는 증거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다.
검찰은 공소장의 뼈대는 바꿀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8명의 피고인이 각각 기소된 사실에 있어 전체적으로 (내용을) 정리한다는 것이지 공소장의 큰 틀은 바꿀 생각이 없다"면서 "이들과 같이 입건된 이들이 아직 수사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보안상 특정이 어려운 점도 있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김모 사업지원TF 부사장의 변호인은 "증거인멸을 지시해 객관적으로 자료가 삭제됐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지난해 5월 5일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고 행위 가담 정도를 축소했다.
지난 2018년 5월 5일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사옥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의 개입 여부는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 이들에 대한 공판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