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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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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문성근 이사장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문성근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이사장을 만났다. (사진=이한형 기자)

 

"사설이나 논설, 정치인의 토론이나 연설을 볼 경우에 '너는 그런 진영이잖아. 나는 이쪽 진영이야' 하면 안 듣죠. 감정이 배제되면 귀를 닫는 게 인간이에요. 그런데 영화는 이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 접근해요. 문화·예술이라는 게 정서를 건드리는 거고요. 특히 영화는 주요 배역이 있으면, 관객이 그중 한 명이나 두 명에게 감정을 이입해 그 사람 입장에서 영화를 따라가게 돼요. 인물에 나를 투영해서 보기도 하고요. 남을 이해하는 데에도 영화만큼 직접적인 장르가 없는 거죠."

지난해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강릉~정선에서 열린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은 개최 전 우려와는 달리 성황리에 끝났다. 그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고, '남북 평화 협력 기원 평양 공연'이 열리는 등 문화예술계 교류도 재개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른 후 '남북 협력'이 가진 힘을 실감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 기운을 국제무대로 확산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문성근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이사장은 이에 동의했다. 1990년부터 30년 가까이 영화인으로 살아온 그는, 누구보다 '영화의 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제 개막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문성근 이사장을 만났다. 남북 관계의 흐름에 따라 영화제가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안고 가야 할 수밖에 없으나, 문 이사장은 프로그램이 워낙 잘 짜였다며 적극적으로 영화제를 추천했다.

◇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의 출발

문화예술의 종류가 다양한데 왜 그중에서 영화였을까. 문 이사장은 영화가 이성적인 내용을 담으면서도 사람의 정서를 건드린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문화·예술 자체가 정서적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가, 서사 구조를 따라가니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라며 "동서독 국민 간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독일 지성계가 합의한 건 '문화예술'이었다.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영화인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프로야구가 1년에 300만 명 관중이 드는데, 영화는 잘되면 한 편을 천만 명이 본다. 천만 명이 보면 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너무나 잘 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기자회견 당시 문성근 이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평창남북평화영화제 제공)

 

이어, "최문순 지사는 평창 동계올림픽 끝나고 나서 대화와 교류·협력의 시대가 열린 분위기를 국제영화제로 확대할 방안을 고민 중이었다. 올림픽을 하면서 남북 교류가 강원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목격한 거다. 북이 참여하면서 입장권도 다 팔렸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그 성과를 알고 있다. 영화의 효용성을 아니까 (각 주체가) 즉각 동의가 돼서 손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남북이 풀리면 (그에 맞는) 영화제가 필요하다는 건 다 알고 있었다. 부산영화제를 만들 때도 그랬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 검열이 풀리면서 코리안 뉴 웨이브가 왔고, 영화제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부산에서 하겠다고 하자 그쪽에 확 집중해서 도왔다. 2003년에 강우석 감독, 임권택 감독, 김동현, 이용관 씨 등 영화인들이 평양에 가기도 했고, 남북 영화 교류 협력에는 늘 관심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정지영 감독, 배우 안성기 등 한국영화계의 내로라하는 이들이 뭉쳤다. 지자체인 강원도하고도 호흡이 잘 맞았다. 문 이사장은 "집행단위와 관공서가 의견이 안 맞아 다투는 경우도 많은데,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 북한의 작품 출품과 금강산 폐막식 원했지만…

강원영상위원회가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기념사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북한에서 영화 출품 및 제작 관계자 참석 △북한 영화 전국 순회 상영 △남북 영화 역사 토론회 개최 △금강산 폐막식 등의 청사진을 안고 시작했다. 하지만 정세가 변함에 따라 다음번 영화제의 몫이 됐다.

지난달 15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남북관계가 나빠졌는데 영화제가 영향받는 건 없냐는 궁금증이 높았다고, 문 이사장은 전했다. 그는 "많이들 오셨다. 민간인 교류가 전면 중단된 상태인데 어떻게 영화제를 하느냐,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있냐 등을 물으셨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0일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4일 평양에서 열린 10·4 선언 기념식 때 북한 관계자를 만나 영화진흥위원회 차원의 제안과 문건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했다. 문 이사장에 따르면, 북한은 영화제의 취지와 중요성에 대해선 이해했으나 남한의 요구에 관해서는 즉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해, 북한의 출품은 제외하고 프로그램을 짰다.

"평화·공존·번영. 그건 남북관계 개선의 기본적인 목표이기도 해요. 영화적으로 보자면, '평화'와 '공동체'죠. 공동체의 평화가 이뤄져야 그 구성원들의 평균 행복지수가 높아져요. (…) 처음에는 평창평화영화제라고만 이름을 붙였어요. 사실 평화라고만 해도 할 수 있는 게 많죠. 평화가 달성되지 않았거나, 되다가 깨져버린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난민, 인권침해, 남녀차별, 인종차별, 전쟁 이런 게 다 평화가 깨진 거잖아요. 그렇게만 해도 영화제가 진행되긴 하는데, 사실 '남북'에 특화된 영화제가 되고 싶었어요. 평화를 다루되, 남북을 전담하는 영화제라는 의미로 붙인 거죠. 영화제의 근본 취지는 '공동체 회복'입니다."

비록 첫 번째 영화제에서 북한의 참가를 끌어내진 못했지만, 영화제 쪽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응답을 기다릴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요즘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이라, 우리가 제안한 여러 가지 사안에 북쪽이 응답하지 않아서 집행위가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어려울수록 계속해야 한다.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해야 꽃이 필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평양시네마'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5일 동안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 일대에서 열리는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는 총 33개국 8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 중 개막작 '새'를 포함해 북한 작품은 5편이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평화와 관련된 작품을 선보이는 테마 영화제다. 이 평화에는 '남북의 평화'도 들어있다. 북한에서 만든 작품, 남북 합작, 북한의 이야기를 담아낸 최신작 등을 모은 '평양시네마'는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섹션이라고 할 수 있다.

개막작 '새'는 분단으로 인해 헤어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림창범 감독이 연출한 북한 작품이다. (사진=평창남북평화영화제 제공)

 

다른 이념을 가진 가정 속에서 자란 연인의 이별과 재결합, 결혼 과정을 통해 민족 분단으로 인한 재일동포 2세의 갈등을 그린 '봄날의 눈석이'(감독 림창범-고학림), 북한의 간호사가 전투 중 부상한 남한 병사를 구해주며 인연을 맺는 '산너머 마을'(감독 장인학), 무용을 하며 친자매처럼 소통하는 중국-북한 무용가의 이야기 '평양에서의 약속'(감독 시얼자티 야허푸-김현철),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넬슨 신), '마이클 페일린, 북한에 가다', '한반도, 백 년의 전쟁', '영광의 평양사절단' 등 2018~2019년에 제작된 최신 다큐멘터리까지 볼거리가 많다.

문 이사장은 "'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다. 분단으로 헤어진 남북의 부자(父子) 이야기"라며 "일본이 필름을 보관하고 있어서 아주 화질이 좋다. 그래서 개막작으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북한 영화 수급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문 이사장은 "유튜브에 '조선 영화'라고 치면 수백 편이 올라와 있다"며 웃었다. 다만, 영화제에서 상영할 만큼의 화질이 보장되지 않는 점이 문제다.

그는 "중국에 가면 북한 영화 DVD를 판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서 틀고, 북쪽 콘텐츠 저작권을 관리하는 단체에 상영료를 내면 되기에, 상영을 하려면 할 수는 있다. 부천영화제가 그렇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그러지 말고 필름으로 상영하자 해서, 확보할 수 있는 것 중 의미 있는 작품을 찾은 거다. 그래서 개막작이 '새'가 된 것이다. '왕후 심청'도 미국에서 보관 중이어서 화질이 좋았다. 물론 북쪽이 영화제 참가에 합의해 직접 출품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 휴가철 마지막을 장식할 알찬 영화제

문성근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이사장 (사진=이한형 기자)

 

문 이사장은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제 프로그램이 알차다고 추천했다. 그는 "(주제를) 평화로만 해도 담을 게 많다. 난민, 이민, 인종 차별, 젠더 문제, 전쟁 등 다양하고, 거기에 세계적인 흐름이 있으니까. 최신작도 30여 편 정도 확보했는데, 좋은 영화가 많아서 프로그램 부문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 트로피 및 상금이 걸린 '한국 경쟁' 부문에는 무려 580여 편이 출품됐다. 영화제에서는 장편 2편과 단편 17편 총 19편이 걸린다. 문 이사장은 "제가 심사에 참여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의외로 발랄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노라마' 부문에도 정말 좋은 작품이 많다. 작품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분쟁을 다룬 최신작이 대거 포함돼 있으니, 좋은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민께서 '우리 영화제다'라고 인식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영화제로서의 1차 목표죠. 프로그램이 매우 잘돼 있는 만큼, 휴가철 마지막에 강원도에서 영화를 즐기셨으면 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즐기기에도 얼마든지 괜찮은 영화제이니까 많이 보러 와 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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