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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광화문 광장' 제동…행안부의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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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감도. (이미지=서울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정부의 시책사업인 광화문 광장 재조성 사업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조성 일정의 전면적인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9년 초 광화문광장 재조성의 설계안이 나오면서 세종문화회관 쪽 편도 6차선을 광장에 편입하고 광화문~세종로 4거리를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으로 만드는 안이 제시됐다. 광화문 월대 복원이 역사광장 조성의 핵심사업으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광화문 앞을 지나는 율곡로 처리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율곡로 지하화'와 '정부중앙청사 뒷길로 율곡로를 우회시키는 안'을 놓고 여론수렴을 벌이다 '우회안'을 채택해 불가피하게 정부중앙청사 뒷면의 일부 토지가 수용될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는 올해초부터 청사 뒷길에 6차선을 만드는 방법론을 놓고 계속 머리를 맞대왔다.

그러던 행안부가 지난달 30일과 8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충분한 시민소통과 △정부청사 입주부처의 의견수렴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 조성 일정의 전반적인 조정을 요구하고, 행안부 뒷길 도시계획변경이 이뤄지자 '우회도로 조성을 위한 추가협상중단' 으름장을 놨다.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잘 협조해 오던 행정안전부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 행안부 "저희도 토지수용되는 피해자"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입장은 분명했다.

행정안전부 황승진 청사관리과장은 16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 설계안에 대해서는 행안부-서울시 간에 서로 협의가 다 된 사안이다"며 "그러나 저희는 협조는 하고 있지만 사실 (토지가 수용되는) 피해자다. 그런데도 현실은 행안부가 마치 사업을 같이 하는 기관으로 비쳐져 있어서 충분한 시민의견수렴과 일정의 조정을 요청한 것이지 사업의 내용이 맞다 안맞다 판단할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정부청사의 일부가 수용되고 사업을 동반 추진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적어도 사업이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는 비판에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생각없이 동의해줬다가 비판을 자초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도 읽힌다.

황승진 과장은 "우리는 역사적 사업이니까 당연히 협조하되 시민단체 이런 데서 우려가 나오니까 그것을 좀 해소하고 넘어가자는 것이지, 지금껏 서울시와 실무적으로 협의해온 것들에 대해 문제삼은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행안부는 어떤 사실을 근거로 서울시가 소통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는걸까?

다른 행안부 관리는 16일 "시민단체와의 협의를 충분히 했고 안했고는 서울시가 스스로 판단하긴 어렵다"며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전문가나 시민과의 만남은 3차례에 불과했고 5개 주민센터 설명회에서도 반대가 상당히 있었던 걸로 안다. 또 이런 의견수렴 일정을 갖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진 뒤 반대의견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공감하고 소통해서 함께 가느냐가 중요한데 그걸 할만큼했다고 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 정부청사 13개부처 한목소리 율곡로 우회안 반대

시 입장에서는 '자신들 사업도 아닌데 왜 어러쿵 저러쿵 반대하느냐'는 불만이지만 행안부로서는 청사 입주 13개 부처.정부기관 대부분이 반대하는 사업에 동의해주는 마당에 혹여나 소통없는 추진이 자칫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럴 경우 땅내주고 욕먹고 2중으로 덤터기를 쓰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

서울시를 대하는 행안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행안부 하병필 대변인은 "왜 공문을 보내 광장조성에 제동을 거느냐"는 질문에 "공문을 통해 이미 할말을 다했다"며 요구사항을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광화문 일대는 조선 태종 때 경복궁이 지어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전각 배치와 도로의 뼈대가 세워져 무려 700년을 수도와 행정의 중심으로 기능해왔고 오늘날에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이 곳을 지나는 도로를 줄이고 '거대 광장'을 만드는 서울시의 사업은 경우에 따라 또다른 700년을 기약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광장조성은 서울시가 하지만 국책사업이 된 이유도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민주화된 시대에 국민에게 직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대해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서울시에서는 수십번이나 의견수렴작업을 거쳤다고 하지만 필요하다면 수백번이라도 의견수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안부의 여론수렴요구와 관련해, 서울시 내부에서도 '여론수렴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건 시의 잘못이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형편이다.

사실 행안부로서는 반대를 해도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최악의 경우 서울시가 정부중앙청사 부지를 법에 따라 강제수용하고 공사강행에 나설 경우 행안부로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방법 밖에는 대응수단이 없다.

행안부 황승진 청사관리과장은 이와관련해 "서울시의 행정절차 강행시 우리가 쓸수 있는 방법은 우리 부지를 못내 준다고 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다. 토지주로서 일반 민간인과 처지가 같다"고 말했다. 행안부 반대의 이면에 어떤 다른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서울청사 전경 (사진=자료사진)

 

◇행안부의 국책사업 제동은 이례적…명분·실리 위한 '고육책'

행정안전부는 정치적 고려 때문에 광장조성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축했다.

최근 나온 '총선연계 연기설'이나 '정부중앙청사내 대통령 집무실 설치가 지지부진한 것'과 행안부의 반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서울시와의 협상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황승진 과장은 "광화문 광장 사업 추진 초기 청와대가 두 기관의 이견을 조정한 적이 있으나 행안부의 반대공문은 청와대와는 무관한 일이고, 정부 광화문청사로 온다고 확정된 바도 없는 '대통령집무실'과 연관시킬 부분은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행안부 제동은 서울시가 도로건설로 훼손되는 정부청사 기능에 대해 가부간 명확한 합의나 확답없이 사업의 속도를 내는데 대한 반작용에서 나왔을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행안부는 △정부청사 창성동 어린이집을 신문로가 아닌 적선동 주차장에 신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서울시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했다. △헐리는 정부청사 민원동과 특고압실도 어디로 옮길지 묘연하다. △또, 청사진출입로도 어떻게 될지가 불분명하다.

정부청사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안전부 입장에서는 민원인(행안부) 입장은 뒷전인 채 시가 광화문 광장 재조성에만 속도를 내고 있으니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더구나 현재 청사에 입주해주는 13개 기관 모두가 청사부지가 편입되는데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청사내에서의 행안부 입지는 아주 좁다.

행안부는 '공문을 보낸뒤 아직 서울시와 협상을 재개한 적은 없다' '(행안부가) 요청한 부분을 이행하고 이를 다수 국민이 공감한다면 (공사추진을)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기관인 행안부가 국책사업에 제동을 건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래서 행안부의 광화문 사업 제동은 명분을 내세워 실리를 챙기고자 하는 '고육책'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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