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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원전 주변 주민 갑상선암…한수원 책임 없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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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 "갑상선암 발병-방사능 피폭 역학적 상관관계 인정할 수 없어"
원고, 반핵단체 "피해자에게 피해 입증하라는 무책임한 판결…상고할 것"
원전 주변 주민 2천여명 참여한 손해배상 공동 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사진=송호재 기자)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원인을 놓고 8년 동안 이어져 온 이른바 균도네 손해배상 소송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전당국의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능과 감상선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선데, 원고 측과 반핵단체는 피해 주민에게 피해 입증 책임을 돌린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고법 민사 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14일 균도 아버지로 알려진 이진섭(53)씨 부자와 아내 박모(53)씨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가 실시한 원전 주변 지역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리원전 인근 주민들의 연간 피폭선량은 0.00211~0.00760mSv로 나타났다"며 "이는 일반인에 대한 연간 피폭선량 한도 1mSv보다 훨씬 낮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자연방사선 피폭선량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운을 뗐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주장한 아무리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피폭될 경우 피폭선량에 비례해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선형무역치모델' 이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선형무역치모델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생물학적, 역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며 "심리과정에서 제출된 각종 자료들을 살펴보면 이를 명확히 입증할 만한 국내외의 의학적·과학적 연구가 부족해 일치된 합의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이나 선형무역치모델 등은 '방사선 방호의 최적화'라는 목표에는 부합할 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처럼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방사선 피폭과 박씨의 갑상선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에 대해 재판부는 "서울대 역학조사 결과와 후속 조사 결과에서 원전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가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박씨를 포함한 근거리 대조지역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과 고리원전 방사능 피폭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1심 판결을 뒤집는 2심 재판 결과에 대해 원고인 이씨 측과 반핵단체들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이씨는 "재판부는 연구결과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판단을 내렸다"며 "우리 몸이 기억을 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판단을 내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역 반핵단체가 이른바 균도네 소송 2심 재판 결과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부산CBS 박중석 기자)

 

탈핵단체도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정서를 위반하면서까지 한수원의 법적·사회적·도의적 책임을 면해줬다"며 "1심 판결을 뒤집은 이번 판결에서 평범한 시민의 양심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재판부의 못난 모습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노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항소를 통해 정의를 바로 잡아갈 것"이라며 항소의 뜻을 내비쳤다.

한편, 기장군 장안읍과 일광면 등 고리원전 반경 10km 주변에서 20여년을 살아온 이씨 가족은 지난 2012년 2월 아내인 박씨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뒤 같은해 7월 암 발병 원인이 고리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과 연관이 있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갑상선암의 경우 다른 질병과는 달리 원자력발전소로부터의 거리와 발병률 사이에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가해 기업이 유해한 원인 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 측에서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수원이 박씨에게 1천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한 바 있다.

이후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거주하다가 갑상선암에 걸린 600여명을 포함한 지역주민 2천516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소송결과가 지역주민이 참여한 공동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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