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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우울하지도 우쭐하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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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영화 '엑시트' 용남 역 조정석 ②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엑시트' 용남 역 조정석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조정석은 대학로의 아이돌로 불렸다. '남자 넌센스 아-멘!', '그리스', '벽을 뚫는 남자', '찰리브라운', '바람의 나라', '헤드윅', '올슉업', '내 마음의 풍금', '대장금', '아일랜드', '스프링 어웨이크닝', '트루웨스트', '블러드 브라더스', '아마데우스' 등 숱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가 처음 나온 영화는 2012년 개봉한 '건축학개론'이었다. 소심하고 숫기 없는 과거 승민(이제훈 분)에게 "그게 키스야?"라며 자신만의 방법을 알려주고, 무스로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납뜩이 역할로 관객들을 웃겼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더킹 투하츠'에서는 납뜩이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로 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다소 고지식해 보일 만큼 원칙주의자이고, 공주님을 향한 순애보를 지닌 군인 은시경 역은, 조정석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다.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오 나의 귀신님', '질투의 화신', '투깝스', '녹두꽃', 영화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 '관상', '역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특종: 량첸살인기', '시간이탈자', '형', '마약왕', '뺑반'까지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조정석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작품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연기만큼은 대부분 호평을 들어 온 조정석은 지금도 '내게 이런 역할이 들어오다니!' 하는 놀라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 조정석이 꼽은 기억에 남는 시퀀스

조정석은 극중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 에이스였던 용남 역을 맡았다. 영화 덕분에 클라이밍을 배웠다는 그는 "전신운동이라 칼로리 소모가 좋더라. 1시간 운동했을 때 클라이밍 (칼로리 소모량이) 제일 높더라"라며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며 근력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자가 말하자, "제가 정확히 원하는 바다"라고 말해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조정석은 "제가 오르기 전에 건물 외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옆은 어떤지를 보지 않나. 루트 파인딩은 클라이밍의 기본인데 말 그대로 길 찾기다. 예를 들어 노란색 바를 잡고 올라가면 노란색으로만 가야 한다"라며 "내가 찾은 길을 하나하나 점령해 완등했을 때 성취감이 있다. 클라이밍의 매력 중 하나가 성취감인 것 같더라. 저도 느꼈으니까"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야외 클라이밍에는 선뜻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실내보다 야외 클라이밍 높이가 더 높은 것도 한 이유다.

조정석은 '엑시트'에서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오르기만큼 많이, 아니 오르기보다 더 많이 한 건 달리기였다. 자연스럽게 100m를 몇 초에 뛰는지 질문이 나왔다. 조정석은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14초다. 고등학교 때 기록이 14초 00이다. 잘 뛰는 애들은 13초대고 진짜 잘 뛰면 12초 99까지도 나왔다. 근데 제가 70m까진 빠른 것 같다. 12초 99 친구랑 (달리기) 하면 50~60m 정도까진 제가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할 때 몇 번이나 뛰었는지 세 보진 않았다. 현장에선 이 장면이 잘 나왔는지에 집중해서. 다섯 여섯 번을 뛰기도 했다.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다' 싶으면 바로 갔다. 이 영화에 어떤 시퀀스가 가장 효과적일 것인지 거기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재난 탈출 액션'에서 넘치도록 '액션'을 한 소감을 묻자, "제가 성룡을 좋아한다"며 "취권을 따라했다기보다 성룡 액션의 특징이 서로 치고받는 합도 있지만, 도구를 활용한다거나 떨어지고 매달리는 것들을 아주 재미있게 풀지 않나. 그런 걸 봐 왔기에 (제 액션에도)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답했다.

고생한 만큼 잘 나와서 만족한 장면은 학원에 갇힌 학생들을 올려보내고 나서 의주(임윤아 분)와 크레인까지 가는 시퀀스다.

조정석은 "그 구간에서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정말 많이 뛰었고 정말 많이 넘었다. 블루스크린이 있다 보니까 CG팀이 항상 있는데 조금만 빗나가도 다시 찍어야 했다. 전력 질주하는 장면을 찍고 또 찍은 거다. 윤아 씨가 정말 근육에 무리가 와서 더 이상 뛸 수 없을 정도로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되게 긴박감 있고 숨 가쁘게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런 재난 상황이 닥치면 어떨 것 같냐고 하니, 조정석은 "일단 한 사람은 들쳐업고 뛰었을 것 같다. 가족이 아니더라도"라고 답했다.

◇ 여러 가지 아이디어의 비결

'엑시트'는 두 청년이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 정직하게 몸을 쓰는 땀내나는 재난 탈출 액션이기도 하지만, 가족극이기도 하다. 유독가스가 수많은 사람을 위협하는 날은 용남의 어머니 현옥(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 날이다. 온 가족이 한데 모인 날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다분히 한국적인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그 상황은 고스란히 웃음으로 돌아왔다.

조정석은 "우리 가족들과 같이 촬영해서 너무너무 좋았다. 현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영화 보고 나서 가장 만족했던 건 정말 누나 같고 형 같고 조카 같고 아빠 같았던 게 묻어났다는 거였다. 그래서 너무너무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 (사진=외유내강 제공)

 

그래서 다른 배우들 없이 혼자 촬영할 때 매우 외로웠단다. 조정석은 "혼자 옥상 올라가고, 사자상에 오르는 거 찍는데 너무 외로웠다. 혼자 촬영할 때 그런 경험이 많았다. 후반부엔 윤아 씨가 옆에 있어서 힘이 많이 됐다"라고 전했다.

대학 시절 짝사랑했고 지금도 잊지 못해서,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굳이 의주가 일하는 구름정원까지 간 용남. 대략의 구도가 그려지긴 하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러브 라인을 특별히 보여주진 않는다. 오히려 시종일관 강조되는 건 '동지애'에 가깝다.

조정석은 "러브라인이 들어갔다면 '첨가'라는 말처럼 될 것 같은 영화랄까?"라며 "저는 에필로그가 없는 것도 저희 영화의 매력이라고 본다. 긴장감 넘치게 흘러가다가 끝! 이게 저는 너무 좋다"고 밝혔다. 이어, "용남이는 정말 고층 빌딩에 취직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꽤 있으시더라. 전 그게(상상의 여지를 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임윤아와 조정석은 제작보고회, 언론 시사회 등 다양한 공식석상에서 서로를 '최고의 파트너'라고 치켜세우며 끈끈한 파트너십을 자랑한 바 있다. 특히 임윤아는 조정석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신기하고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본인만의 비법이 있는지 묻자, 조정석은 "애드리브는 없었다. 활자로 다 쓰여 있었다. 배우들 연기할 때의 느낌이나 호흡에 대해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라고 답했다.

조정석은 "정말 저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상상도 많이 하고. '생각지 못한'이라는 말이 되게 핵심"이라며 "생각할 수 있는 정도로 연기한다면 (관객들이) 예상 가능한 코미디로 느껴질 수도 있지 않나. 생각지도 못한 호흡을 발견해내는 어떤 희열이 있다"고 말했다.

조정석의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영화에 반영될 수 있었던 데엔 이상근 감독의 공도 컸다. 의사소통이 잘 됐고, 무엇보다 다른 의견에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집요하세요. 그리고 정말 오랫동안 이 시나리오를 이 영화를 준비하셨구나 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뭐랄까, 누가 보면 현장에서 생각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근데 이 장면을 왜 여기에 넣었는지, 대사는 왜 이런 걸 썼고 하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굉장히 다 간파하고 있어요. 그 지점을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을지. 저희 영화가 좀 신박하잖아요. 잘 연출할 수 있을까 생각도 되게 많이 하시는 거 같고, 그러면서도 되게 유연하세요. 예를 들어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한 시나리오니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수도 없이 했을 텐데 현장에서 바꾼 것도 있어요. 바꿔야 더 효과적일 것 같다, 더 현실감 있고 더 생동감 넘칠 것 같다 싶으면 가감 없이 바꾸시는 그런 유연함도 있으시더라고요. 대사를 바꾼다기보다는 장면의 상황을 아예 바꾸실 때도 있었어요."

조정석은 대학 동아리 후배이자 퍽퍽한 현실을 버티며 사는 직장인 의주(임윤아 분)와 유독가스를 피해 건물을 넘고, 오르고, 달린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 여전히 찾아오는 기분 좋은 놀라움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연기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는 조정석은 그날 공연이 끝나면 동료들과 연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돈을 번다는 그 첫 기억이 되게 세다"라며 "내가 이 역할을 하네? 이 작품을 하네? 지금도 그렇다. '녹두꽃'이란 드라마의 주인공을 내가 하네? 그런 놀라움은 항상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 어떤 작품보다 본인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는 '엑시트'는 어떨까. 조정석은 "이 작품이 부담감은 제일 큰 것 같다. 사실 둘 다 크다. 부담감도, 기대감도. 그래서 궁금한 거다, 많은 분이 어떻게 보실지"라며 오히려 취재진에게 관객이 어느 정도 들 것 같은지 되물었다.

언론 시사회 때 느낀 분위기는 일단 좋았다고. 조정석은 "어쨌든 반응은 좋더라. 원래 그날이 가장 긴장되지 않나. 딴 때보다는 되게 편안하게 봤다. 중간에 긴장이 풀렸다. (관객들이) 재밌게 보시는 것 같아서. 저도 놀랄 만큼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정석은 당분간 '엑시트' 홍보 활동에 몰두할 예정이다. 차기작은 신원호 PD의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공연도 너무너무 하고 싶다. 내년에는 무대에 꼭 서고 싶다"는 조정석은 이내 "들어오거나 접촉한 작품은 없는데 저 혼자…"라고 덧붙여 폭소를 유발했다.

"약간 그런 거 같아요. 재수, 삼수하고 그럴 때도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어깨 토닥토닥해 줬거든요. 안 좋은 일 있다고 해서 우울할 필요 없고, 남이 저를 칭찬한다고 해서 우쭐댈 필요도 없다는 게 제 주의에요. 가는 길에 내가 최선을 다하다 보면 뭐든지 다 잘될 거야,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죠. 그래서 매 작품 새로운 것 같아요." <끝>

배우 조정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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