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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총선 어렵다"…위기의 황교안, 9월이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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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구심점 기대됐지만, 당 지지율 하락추세
친박 '인의 장막' 속에서 돌파 카드 있을까
반전 불발시 총선 앞두고 '원심력' 불가피
추석이 분수령…당내 비박 독자행동 조짐
휴가중에도 일부일정 소화…고심 깊은 듯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15일 오전 국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체제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가뜩이나 탄핵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 속에 출범했다. 한때 보수의 새 구심점이 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최근 당 안팎의 상황은 지지율 하락 등 위기 조짐이 뚜렷하다.

'이대로 내년 4월 총선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 비수기인 휴가철이 끝나고 정국이 요동치는 9월 추석 전까지 상황이 반전되지 않으면 당내 균열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9일부터 휴가에 들어간 황교안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 10%대 지지율…黃 정치력엔 '의문부호'

위기론에 불을 지핀 건 지지율 하락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의 지난주(23일~25일)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도가 19% 수준으로 떨어지자, 하락이 추세가 아니냐는 해석이 굳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전주보다 0.4%포인트 떨어진 26.7%를 기록했다. YTN 의뢰를 받아 22~26일 이뤄진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왔던 업체 조사에서도 하락세가 확인된 셈이다.

지난 2월 전당대회 후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지율은 한때 30%, 탄핵 직전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4월 말 패스트트랙 상정 이후 상승세가 꺾이더니 이후 내리 하락세다. 대안 정치 세력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특히 일본 수출규제, 북한·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연이은 도발로 문재인 정부 경제·안보위기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됐던 터라 더욱 당혹스런 분위기다.

호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배경으로는 대체로 황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 리더십이 지목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외려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최근 핵심요직을 장악한 친박계가 고개를 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우리 당은 계파가 없어졌다"며 부인하지만, 정작 그렇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무엇보다 하반기 정국을 이끌 '예산'과 '법안'에 모두 친박으로 꼽혀온 인물들이 포진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던 김재원 의원이, 사법개혁특별위원장에는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유기준 의원이 기용됐다. 비박계 이진복, 주호영·권성동·홍일표 의원이 각각 함께 거론됐지만 황교안-나경원 지도부의 낙점을 받지 못했다.

또 당 대변인 2명 중 1명은 '박근혜의 입'이었던 민경욱 의원이,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 모두 친박으로 평가되거나 당시 정부에서 한 자리씩 맡던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친박계가 '친박신당' 격의 우리공화당 측과 회동을 했던 사례나, 비주류 김세연 의원의 여의도연구원장 사퇴를 거론한 것 모두 '혁신'이나 '감동'과는 거리가 먼 행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친박계 쏠림의 문제점은 당의 방향성이 TK(대구·경북) 등 친박 색채가 강한 지역 여론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정부에 대한 과격 발언과 민주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는 최근 흐름에 대해 "수도권 중도민심과는 담을 쌓고 있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황 대표가 친박이 둘러싼 '인의 장막'을 거둬내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역사적 검증이 끝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당이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막말이 잇따른 데 대해 뚜렷하게 선을 긋지 않았던 것도 '친박', '우경화' 등의 산물이다.

여기에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발표문을 조율할 당시 '황 대표는 쳐다만 보고 있었다'는 뒷말이 나오면서, 당 대표의 정치력에 안팎의 의문부호가 더해지는 모양새다. "정치라는 게 쉽게 학습되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이미지=연합뉴스)

 

◇ "9월까지 이렇게 간다면, 비박계 따로 모일 것"

최근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떡 줄 생각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김용태)"거나 "상대의 실패만 기다리는 용기 없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냐(장제원)"는 자성은 어느덧 공공연하다.

당 안팎에서는 휴가철이 낀 정치 비수기가 지난 시점, 즉 9월을 주목하고 있다. 민심이 요동치는 추석 명절을 전후로 그동안 흩어져 있던 우려의 목소리가 조직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때까지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도 엿보인다.

한 비박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9월까지도 계속 이렇게 간다면 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결국 한데 모이지 않겠냐"며 일종의 결사체가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어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것마저 없으면 그게 정녕 죽은 정당이 아니겠느냐"고 일갈했다.

김학용 의원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좋은 뜻에서 나서도 친박·비박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런 것들이 계속 곪으면 아마도 또 다른 불씨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바른정당 창당과 복당 과정에서 겪었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영향력 있는 핵심주자들이 수사·재판을 받는 신분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구심점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바른정당을 거쳤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많이 있지만 대안이나 구심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움직였다 자칫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연합뉴스)

 

◇ '과거 단절' 반전드라마 쓸 수 있나?

황 대표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 안팎의 신뢰를 회복한다면, 이런 비관적 시나리오는 기우로 돌아갈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비박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한 중진 의원은 "우리는 탄핵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당"이라며 "이쪽저쪽 눈치 보지 않고 개혁에 성공한다면 사람들이 황 대표에 대해 다시 보고, 당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느닷없이 행보를 바꿔 '친박 물갈이'에 나설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반발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럴 개연성이나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반응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적 쇄신에 앞서 '어떤 당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탄핵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한 재선 의원은 "우리가 문재인 정부를 욕하는 것 외에 어떤 보수의 길을 가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 "YS와 단절했던 이회창, 역설적으로는 MB정부와 단절했던 박근혜와 같은 결기가 황 대표에게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지적은 황 대표가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충고다. 보수의 재건이 목적인지 단순히 황 대표 자신의 대권 도전이 목표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는 일주일 동안의 여름휴가 중에도 공식 일정을 일부 소화하며 전략을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깊은 고심과 동시에 여의도로부터 쉽게 발길을 돌리기 힘들다는 부담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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