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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베정권 망동은 약세에 처한 이들의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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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주진오, 日정부 보복조치·불매운동 정밀진단
"반일 기원·책임은 아베의 추종자와 혐한의 무리에게"
"식민지배 반성은커녕 근대화 시혜 베푼 것으로 여겨"
"아베정권, 한국을 미일동맹 종속된 하위구조에 두려"
"아베의 바람은 자신에 동조하는 한국 내 세력 재집권"
"비판 대상, 日 전체 아닌 아베 지지 혐한 세력이 돼야"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9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한 참가자 옆으로 아베 일본 총리 규탄 피켓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권이 벌인 국정 교과서 등 역사 왜곡 움직임에 맞선 역사학자로 이름난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이, 수출 규제 등 보복 조치로 한일 관계를 경색시키는 일본 아베 정권의 행태를 두고 "약세에 처한 사람들이 보이는 허세"라고 진단했다.

다만 주진오 관장은 비판의 대상을 일본 국민 전체가 아니라 아베 정권과 그 추종 세력으로 좁힘으로써, 과거를 반성하고 더 나은 한일 관계를 바라는 많은 일본 현지인들과의 연대를 꾀하는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관장은 20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그저께 KBS홀에서 열린 '윤동주 콘서트, 별헤는 밤' 녹화에 초대되어 다녀왔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재외동포재단과 KBS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였는데요. 북간도의 용정에서 태어나 자란 재외동포 시인 윤동주의 일생과 시와 그를 기리는 음악들로 잘 짜여진 이 콘서트는, 광복절에 방송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콘서트에서 두 분의 일본인이 직접 출연했어요. 그 중 한 분은 MC와 함께 무대에 나와 클로징 멘트까지 함께 했습니다. 저는 요즘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을 연출한 제작진을 칭찬해 주고 싶어요."

그는 "지금 우리가 맞서고 있는 것은 편협한 민족주의나 종족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식민지배와 수탈을 반성하고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염원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얼마든지 열려 있는 우리들이지요. 이분들은 아베의 추종세력과 혐한의 무리들 속에서, 신념을 지키느라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라며 글을 이었다.

"아베 정권의 망동에 단호하게 맞서는 정부의 노력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분들에게 공감해요.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타고 국내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 또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모욕과 위해를 가하는 말과 행동은 자제해야 합니다. 이는 민족적 쾌거가 아니라 또다른 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라고 생각하며 동의할 수 없어요."

주 관장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불길처럼 일어나는 반일의 기원과 책임은, 아베의 추종자와 혐한의 무리에게 있습니다"라며 "과거의 식민지배를 반성하기는커녕 근대화의 시혜를 베푼 것으로 여기는 저들은, 한국이 어느덧 경쟁상대를 넘어서 어떤 부분에서 우위에 오르게 된 것이 참을 수가 없어요"라고 진단했다.

특히 "게다가 남북화해를 통해 공조체제를 이룬다는 것은 무서운 현실이 도래하는 것입니다"라며 "저들의 망동은 그것이 두려워 나타내는 신경질적 대응이라고 생각해요. 망언과 폭력은 사실 약세에 처한 사람들이 보이는 허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니 우리는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일본인 거류민이나 여행객들에게 잘 해 주는 것이 좋겠어요. 아베의 추종자와 혐한의 무리들이 떠들어대는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길 바랍니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과거사의 반성에 입각한 평화로운 한일관계라고, 결코 반일 종족주의가 아니라고, 저 무리들에게 동조하는 한국의 정치인과 언론은 상식을 지닌 한국인들과 다르다고 말이지요"라고 당부했다.

◇ "아베가 일본의 전체 아냐…그가 상상 못한 한일관계 미래 분명히 가능"

지난 18일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점 앞에서 서울겨레하나 회원이 일본의 경제보복 대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앞서 주 관장은 지난 8일 SNS에 올려 화제가 된 글에서도 "아베가 왜 이럴까요?"라고 물으며 아래와 같이 흥미로운 진단을 내놨다.

"그(아베)는 한국을 미일동맹에 종속된 하위구조에 놓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긴장상태에 놓여 있어야 유리하지요. 그래야 일본에 대한 의존과 역할이 강해질 것이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한 평화헌법의 개정도 가능합니다. 한국의 지난 정권들은 그런 면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상대였겠지요."

주 관장은 "그런데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넘어서 북미관계까지 중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지요"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서 한국에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을 패싱하고 북일 직접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모순된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초조해진 아베의 정치적 의도일 뿐, 한국 법원에서 배상판결이 났다고, 새삼스레 보복규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아베가 저렇게 나오는데에는, 자신에 동조하여 오히려 자국(한국)의 정부를 공격하는 정치인과 언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에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요"라며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전혀 다르게 행동합니다. 아베가 바라는 것은 바로, 저들이 다시 집권하는 것이겠지요. 그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차원의 이성적인 조치와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해요. 비판의 대상을 일본 전체가 아닌 아베와 자민당 지지세력으로 좁혀 나가야 합니다. 일본의 보통시민들이 저들에게 동조하게 만들, 지나친 발언과 감정적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아요. 일본 사회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서, 스스로 철회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 아베에게 동조하며, 정부를 흔들어대는 세력과 맞서 그러지 못하게 만들어야지요."

주 관장은 끝으로 "저는 대한제국 시기를 전공한 역사학자로서, 저런 모습을 당시의 역사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도 그들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은 세력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대한제국 시절과 다릅니다. 결코 아베와 국내의 동조세력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 가지 않을 거예요. 일본에도 과거사의 반성과 평화적 한일관계를 바라는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과 연대해 나가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베가 일본의 전체가 아니에요. 그가 상상하지 못한 한일관계의 미래는 분명히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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