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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영화 속 주체적 女캐릭터 어김없이 처단·낙인"
"여성 주인공·서사 선택은 여전히 모험으로 여겨져"
12일부터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
위선·억압에 저항해 온 韓영화 여성 캐릭터들 조명

영화 '백사부인'(신상옥, 1960) 스틸컷(사진=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과거 남성들이 대다수인 영화 산업 시스템 속에서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란 쉽지 않았고, 여성 캐릭터는 남성들이 만든 이상적이거나 왜곡된 여성의 재현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했다. 주체적이거나 자신의 욕망을 과감히 드러내는 여자는 어김없이 '나쁜 여자'가 되어 처단의 대상이 되거나 '이상한 여자'로 낙인 찍혀야 했다." -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 기획 의도 중에서

이른바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로 불려 온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자신의 의지와 욕망에 충실하고, 경계를 넘고 위반하며, 사회의 위선과 억압에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해 온 그들을 기리기 위함이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주진숙·이하 자료원)은 12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기획전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을 연다.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 과정을 '불온한 섹슈얼리티' '위반의 퀴어' '초-능력' '비인간 여자' '법 밖에 선 여성' '엄마의 역습'까지 여섯 주제로 나눠 주요 캐릭터들을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소개한다. 마지막 '여인의 초상' 섹션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의 매혹적인 이미지를 3면 스크린과 미디어아트 전시 기법으로 전달한다.

아래는 자료원 측이 설명하는 각 섹션별 특징이다.

#섹션1 '불온한 섹슈얼리티':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남성을 초과하고 공동체의 윤리를 넘어설 때 불온한 섹슈얼리티들은 응징 당한다. '바람난 가족'(2003, 임상수) 등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더 이상 볼온하게 재현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숨김 없이 드러낼 뿐.

#섹션2 '위반의 퀴어': 한국영화사에서 여성 퀴어는 비뚤어진 욕망, 소녀시절의 낭만, 남성혐오의 징후, 기만과 범죄, 질병, 유령, 회상 등으로 등장해 왔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부장제와 이성애중심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위반이었다. 이제 이들은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모든 험담과 음모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탈주하는 레즈비언 이미지를 스크린에 선사한다.

#섹션3 '초-능력': 초능력은 대체로 여성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 그리하여 위험한 것으로 상상됐다. 그러나 이제 여성 초능력자들은 넓고 풍부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한국의 스크린 위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섹션4 '비인간 여자': 인간과 동물의 결합은 한국의 신화나 민담에서 그리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스크린 속에서는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유연하게 동물과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성 헤게모니에 눌려 있는 여성 고유의 정동을 빌어 표출된 남성의 불안, 그것이 여성을 혐오동물로 만든 핵심적 힘이다.

#섹션5 '법 밖에 선 여성': 한국영화 속 '나쁜 여자'는 남성들이 길들이기 힘든 여성에서, 폭력을 통한 개인적 복수를 수행하는 여성, 나아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과 폭력, 배신과 음모를 꾸미는 '악녀'로 변화한다. 그리고 이제 나쁜 여자는 여자 경찰이 되어 법의 수호자로 변화한다.

#섹션6 '엄마의 역습': 가부장사회의 신화화된 모성의 개념이 확립된 상황에서, 아이들의 죽음이 전제되는 순간, 스크린 속 여성들은 단 한순간도 그 책임에서 해방될 수 없는 원죄를 지게 된다. 여성의 절대적 희생을 요하는 모성 신화가 부서진 자리. 그곳에 들어선 이해와 연대는 여성 서사와 캐릭터의 진일보를 기대하게 한다.

#섹션7 '여인의 초상'(미디어아트 전시): 1~6섹션에서 소개한 여성 캐릭터들이 3면 스크린을 활용한 이머시브 미디어아트와 만나 더 큰 감동과 여운을 안겨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에 반영된 13편 영화 상영과 함께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 '박쥐'(박찬욱, 2009) 정서경 작가 등이 참여하는 영화인 토크, 큐레이터 전시 해설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자료원 측은 "1990년대 여성 프로듀서와 여성 감독들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면서 점차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들이 나타나고, 여성 캐릭터들은 진화하기 시작한다"며 "그리고 오늘날 미투 운동과 같은 거대한 페미니즘의 물결 속에서 '캡틴 마블'과 같은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 히어로가 나타나는 등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러나 여전히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주인공을 캐스팅하고 여성 중심의 서사를 선택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10년간 극장 개봉작 중 여성감독의 영화는 10%를 넘지 못하고, 여성이 주연인 영화는 20%대에 머무르는 있다는 사실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자료원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속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치명적인 매혹의 이미지 이면에 담긴, 여성을 규정한 무의식적 구조를 인식하고 여성을 역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은 12일(금) 오후 1시부터 일반 관람이 가능하다. 희망하는 누구나 무료로 전시·부대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부대행사 참여 방법은 추후 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에 공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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