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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방화 참사에 "조선인 야쿠자 소행" 음모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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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학살과 닮은 日 방화참사 괴담 확산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국내 여론도 비난
복구 위한 성금 모금에도 거센 갑론을박 이어져

8일 오전 10시 35분께 방화로 불이 난 교토시 후시미(伏見)구 모모야마(桃山)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건물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참사의 용의자가 한국인이라는 괴소문이 일본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음모론이 일본 내 또 다른 '혐한' 정서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인 교토 애니메이션 건물에서는 지난 18일 방화로 큰 불이 나 33명이 숨지고 3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본 언론들은 2001년 이후 18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방화 참사라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용의자는 41세 간토지역 거주 남성으로 자신이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린 뒤 불을 붙인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일본의 대규모 익명 커뮤니티 5채널, SNS 등에서 이 용의자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된 것이다.

이들은 "그 근처는 재일이 많으니까 재일 아니냐", "반일 테러다", "조선인 야쿠자 아니냐", "범인은 '김', '이', '박'씨 성일 것" 등의 의견을 내놨다.

한 일본 네티즌(아이디: ho****)은 방화 참사 사건 기사를 올리고 "경찰 수사는 끝나지 않았지만 최근 일본과 한국의 문제를 고려할 때 망상의 영역에서 계획된 조직 범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 다른 네티즌들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방화 사건이 발생한다", "방화는 한국의 습관 아니냐" 등의 말로 한국인이 '반일' 감정에 사건을 저질렀다는 섣부른 추측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용의자의 거주지가 간토지역, 즉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던 곳과 맞물려 당시 유언비어로 시작됐던 대학살을 연상시킨다.

관동대학살은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군부가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관헌과 민간인들이 조선인과 일본인 사회주의자를 학살한 사건이다. 학살된 조선인 규모는 6600여 명에 이르며 상당수는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일본 네티즌들의 이 같은 반응이 알려지자 국내 여론도 비판이 거세다. 경찰 조사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범인을 한국인으로 추정하는 것은 관동대지진 대학살 당시의 유언비어를 벗어나지 못한 명백한 '음해'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방화 참사를 겪은 '교토 애니메이션'을 위한 성금 모금에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gofundme'에서는 '교토 애니메이션'을 위한 성금 모금이 진행 중이다. 75만 달러를 당초 목표액으로 잡았으나 19일 오후 1시 기준 120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스즈미야 하루미의 우울', '케이온' 등 다수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회사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팬들이 성금 모금 운동을 펼친 결과다.

그런데 이 성금 모금 참여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모금에 참여한 한국 네티즌들은 불매운동과 분리해야 하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욱일기' 노출 등 우익 성향이 짙었던 애니메이션 업체에 금전적 지원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애니메이션 팬인 한 네티즌(아이디: we****)은 "일본불매를 하는 상황에서 모금이나 응원 등 도움을 주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분들이 보인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사람이 죽고 다쳤는데 추모는 못할 망정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반대하는 또 다른 네티즌(아이디: do****)은 "이번 사고 안타깝고 애도와 추모를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일본에서 알아서 할 모금은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업체도 우익 성향에서 자유로운 제작사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나라 위에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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