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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배달원의 죽음…"음주뺑소니범 사과는커녕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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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상근예비역 진술 번복
형 "사과도 못 받고 떠나 억울"

12일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태환(56)씨 빈소. (사진= 송승민 수습기자)

 

"친구처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동생이 세상을 떠났으니 많이 허전합니다."

지난 12일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태형(59)씨는 동생을 떠나보낸 슬픔과 음주 사실을 번복한 뻉소니범에 대한 울분이 가득했다.

신문 배달을 하다 음주 뺑소니를 당해 7개월 동안 혼수 상태에서 산소 호흡기를 단 동생 김태환(56)씨가 이날 오전 7시 19분, 끝내 세상을 등졌다.

태환씨는 지난 1월 10일 자정 무렵 전주의 한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탄 채 신호를 기다리다 정모(22)씨가 몰던 승용차에 치였다. 승용차 운전자 정씨는 사고 발생 직후 현장을 달아났다.

동생의 병상을 지킨 7개월은 형 태형씨에겐 고통의 시간이었다.

"동생이 호스 두 개로 생명을 겨우 이어갈 때, 사고를 일으킨 정씨는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사람(동생)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으면 부모라도 찾아오거나 자식을 끌고 와 사과했어야 하는데…."

태형씨는 불구가 돼도 좋으니 살아만 달라고 기도하며 동생 곁을 지켰다.

눈시울을 붉힌 태형씨는 "죽은 사람만 말이 없으니까 불쌍하다"며 "의식이 없는 동생은 얼마나 무서웠을까"라고 했다.

조카들에게 태환씨는 '엄마' 같은 존재였다.

상주로 빈소를 지킨 큰 조카 김명진(24)씨는 "삼촌(태환)이 초등학교 때 세수도 다 시켜주고 어릴 땐 아빠보다 막내 삼촌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비보를 듣고 직장에서 한걸음에 달려 온 작은 조카 김은정(23)씨는 "어머니가 안 계시기에 학교 행사가 겹치면 막내 삼촌이 대신했다"며 "졸업식 때마다 막내 삼촌이 오셨다. 막내 삼촌은 아빠보다 말이 잘 통하고 조언도 잘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동생과 삼촌을 잃은 가족은 "절대 술 먹고 운전하지 말고 남한테 피해 주지 말자"며 다신 태형씨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랐다.

그런데 가해자 정씨는 이들에게 사과는커녕 진술을 번복하며 음주 사실조차 부인했다.

사고 당시 상근예비역이던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 무서워서 도망갔다"며 음주 운전을 시인했다.

군사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정씨는 음주 사실을 돌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전역과 동시에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방검찰청은 사안이 중하고 피해회복에 대한 노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정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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