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혹평한 메모 유출로 파문을 일으킨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결국 사임했다.
BBC,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대럭 대사가 현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대럭 대사는 자신의 임기가 비록 올해 말까지 예정돼 있지만 새 대사를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 '총리 질의응답'에서 대럭 대사가 사임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애석하다"며 "내각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럭 대사에 계속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왔다"고 밝혔다.
미 CNN도 대럭 주미 영국대사의 사임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과의 강한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아첨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동맹국에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가 나라를 대표할지 결정할 특권은 주재국이 아닌 본국이 갖고 있는 것이 외교인데 이번 일은 외교의 작동 자체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6일 대럭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를 "서툴다", "무능하다", "불안정하다"고 평가한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며 파문이 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럭 대사를 "더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사임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영국이 미국에 떠맡긴 이상한 대사는,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대럭 대사는 만찬 행사 초청이 전격 취소되고 9일 예정됐던 영국과 미국 간 무역 협상마저 미뤄지자 결국 사임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럭 대사의 사임 결심에는 차기 영국 총리 유력후보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의 뜨뜻미지근한 태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전 장관은 9일 유세 중 대럭 대사 지지 관련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CNN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