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우리나라가 국내외에서 받은 일본 금융기관 대출규모가 572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대출받은 일본자금 규모가 훨씬 많았다.
9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ank of Japan)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최종리스크'가 우리나라에 귀속되는 일본 금융사들의 총여신 규모는 572억2100만달러, 약 67조7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진출한 금융사들의 대출 뿐 아니라 제3국에서 일본 금융사와 우리 현지진출 기업 사이에 이뤄진 대출이 합산된 금액이다.
통계가 시작된 2004년말 기준 우리나라에 대한 총여신 규모는 134억7000만달러였다. 이후 분기마다 지속 증가세를 보이다 2017년말 616억9800만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말 562억6900달러까지 줄었다. 그러다 올해 3월말 다시 소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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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금의 대출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올해 3월말 기준 한국내 대출은 234억8900만달러, 제3국에서의(cross-border) 대출은 이보다 1.4배 많은 337억3200만달러였다. 이같은 양상은 2004년말 이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국내에서 대출된 자금뿐 아니라, 해외에서 발생한 우리 기업·금융사·공공기관의 '일본 빚'도 관리가 필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 금융의 '침투력'은 낮은 조달금리와 방대한 자금력에서 온다.
일본은행 정책금리는 2016년 이후 –0.1%를 유지하고 있고,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를 빼면 2000년대 들어 '제로금리'가 계속됐다. 또한 3월말 현재 2조4373억달러에 달하는 대외 순채권, 5월말 현재 1조3080억달러인 세계 2위의 외환보유 국가가 일본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상근자문위원은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글에서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계 금융기관이 해외지점 등에서도 한국에 대한 여신을 제한할 수 있는 충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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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세계를 살펴볼 때 우리보다 더 많이 일본에 빚진 나라가 적지 않다. 3월말 현재 최종리스크 귀속 기준 총여신 규모는 미국이 1조8254억달러로 압도적 1위다. 2004년말 5562억달러 수준이던 일본자금 대출이 3배로 늘었다.
프랑스(2251억), 영국(2119억), 독일(1378억) 등 선진국도 우리보다 일본자금 대출이 많다. 아시아의 경우 태국(923억달러), 중국(777억달러), 홍콩(735억달러), 싱가포르(684억달러)도 일본 자금을 우리보다 많이 받았다. 대만만큼은 331억달러로 우리보다 적다.
한편 투자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온 일본자금은 지난해말 현재 833억달러에 달한다. 경영참여 등 목적으로 지분 10% 이상 확보하는 직접투자로 495억7000만달러, 주식(113억3000만달러)과 채권(92억5000만달러)에 투자하는 증권투자 방식으로 205억8000만달러가 들어왔다. 파생상품·기타 투자는 131억6000만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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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악화시 일본의 투자자금 철수 공세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전체 외국인 투자자금에 비해 일본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외국인투자 대비 일본의 전체 투자부채 비중은 7.5% 수준이다. 주식은 2.5%, 채권은 4% 비중에 그친다. 직접투자만 상대적으로 높은 21.4%였으나 경영상 부담을 감안하면 철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직접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그쪽에서도 복잡한 문제가 생기고 일반적으로 그건 어렵다고 본다. 채권·주식시장 투자자금 회수도 우리 금융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