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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아닌 양복입고' 남북미 정상 판문점에서 최초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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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래 사상 첫 남북미 회동 성사
북미 정상은 사실상의 3차 정상회담
트럼프, 美대통령과 DMZ 방문과 달리 양복차림
전쟁과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악수
北, 걸어서 밟은 최초의 美 대통령
트럼프 '깜짝 트윗' 다음날 성사…탑다운의 위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정전협정이 이뤄진 지난 1953년 이래로 66년만에 북미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 양복차림의 트럼프, 걸어서 北 밟은 첫 美 대통령

30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한 직후 비무장지대(DMZ)로 향하는 헬기에 몸을 실었다. 두 정상은 판문점 인근 최전방 초소인 오울렛 OP와 캠프 보니파스를 시찰한 뒤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후 3시 45분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의 집 정문을 열고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옆에 서 있었지만,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큼직한 보폭으로 걸어가는 트럼프 대통령 맞은편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걸어 내려왔고 곧 두 정상은 악수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밟아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북측 땅을 밟았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스물 발자국 정도 걸어가던 트럼프와 김정은 다시 환하게 웃으면서 마주보며 악수를 했고, 기념 촬영을 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걸어서 북한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1분 남짓 시간이 흐르나 이들은 이내 다시 발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으로 향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상 처음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다.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첫 만남부터 호감이 있었다"며 "굉장히 긍정적인 일들을 이뤄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비무장지대를 찾을 때, 항상 군복을 입었던 것과 달리 전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트럼프 대통령은 양복차림이었다. 전쟁과 분단의 상징과도 같은 자리에서 평화의 악수가 이뤄진 것이다.

그뒤 자유에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도 북미정상을 맞이하러 나왔다. 사상 최초로 남북미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 한데 모인 것이다.

북미 정상은 단순 회동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의 3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122일만에 북미 정상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제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한반도에 굉장한 갈등이 있었지만 이젠 반대로 됐다. 문 대통령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는 미리 사전에 합의된 게 아니냐고 말하던데, 나는 어제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의향을 표시하신 것에 깜짝 놀랐다"며 "나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과 남 사이의 분단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케하는 이 자리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를 강조하며 "남들은 예상 못하는 좋은 일을 해야할 때 계속 맞닥뜨릴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트럼프 '깜짝 트윗'의 위력…1박 2일만에 남북미정상 만남

그야말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벤트가 성사됐다. 발단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29일 오전 갑자기 트위터에 "몇몇 중요한 회담을 가진 뒤에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향해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그와 악수를 하고 '안녕(?)!'이라고 말하기 위해[just to shake his hand and say Hello(?)!] DMZ에서 그를 만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오전 G20 정상회의 회의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다가와 "내 트윗 보셨나?"라고 묻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함께 노력해보자"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트윗은 특유의 허풍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방한 기간 동안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 내용에 대해 "내가 한 것은 당신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속을 떠본 것(put out a feeler)"이라며 성사 가능성에 대해 무게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나온지 약 5시간 뒤에 담화를 통해 "분단의 선에서 조미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량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상황 반전이 시작됐다.

이날 오후 늦게 우리나라로 입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내외가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북미간 실무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국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판문점으로 향해 북측 실무진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북미 회동 당일까지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언급했듯 보안이나 경호, 의전 등 다양한 요소들을 만 하루만에 조율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정전 선언 이후 66년만에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만난다"고 선언하며 역사적인 남북미 회동의 일정이 확정됐다.

정상 간의 의지에 기반한 톱다운(top-down) 방식의 위력이 다시금 실감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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