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법원 깃발(사진=연합뉴스)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한 혐의로 2년 만에 기소된 전직 검사가 징역형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서창석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열린 전 검사 A(36·여)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죄책이 경미한 범인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2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5년 부산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해당 민원인이 앞서 냈던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활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바꿔치기한 고소장 사본에 첨부할 고소장 표지에 실무자를 통해 차장검사와 사건과장의 도장을 임의로 찍는 등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 판사는 "피고인은 법을 수호해야할 책무가 있는 검사로서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해 죄가 가볍지 않다"며 "검찰에 접수된 고소장 분실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고소장 분실에 대한 어떠한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서 판사는 "다만, 분실된 고소장이 각하 처리됐을 개연성이 높고, 위조된 사건 기록 표지는 고소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 자체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힌 것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한편, 당시 검찰은 A씨가 고소장을 바꿔치기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렇다 할 형사 처벌이나 징계를 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끝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016년 8월 A씨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했다.
최초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던 사건은 3개월 뒤 부산지검으로 넘겨졌고, 이후 다시 서울지검에 이송됐다가 지난해 1월 부산지검으로 되돌아왔다.
부산지검은 A씨를 비롯한 관련자 조사를 진행한 뒤 이 사건을 안건으로 한 부장검사 회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사건 발생 2년만에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청주지검 충주지청 임은정 부장검사는 최근 불법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감찰이나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사건을 처리한 책임이 있다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직무유기 혐의로 김 전 총장 등을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