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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무력화 시키는'…교육부의 초법적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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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익사업 활용 지침…확대 해석으로 불법 초래 인정
교육부 "위법 소지 인정하면서도…더 큰 혼란에 애써 외면"
교육시설, 상업용도로…당초 대학 '재정난 해소 취지' 퇴색
홍문종 의식한 특혜 의혹에는…교육부 "그렇지 않다" 해명

교육부가 학생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교육시설을 대학교 수익사업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지침이 현행법을 무력화 시키고 있어 논란이다.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 지침을 확대 해석해 교육시설을 상업용도로 사용하면서 열악한 대학 재정난을 해소해 보자는 당초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일괄적으로 규제를 해버리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대학 내 교육용 기본재산에 대한 임대계약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래픽=고태현 기자)

 

◇'불법도 정당화'…대학 수익사업 활용 지침

사립학교법 제6조 1항에는 국내 대학교들이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교사시설을 이용해 대학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등록금에 의존한 대학 재정구조를 개선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고, 대학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국내 대학들도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정원 감축 등 갈수록 열악해지는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교육용시설을 이용한 수익사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기존 운동장, 체육관 등을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아왔던 대학들은 현재 컨벤션홀을 갖추고 예식을 진행하고,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등 수익사업을 다변화하는 추세다.

교육부도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지침'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대학 내 교육용 기본재산에 대한 임대계약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단 "교육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지역 주민에게 대학시설을 임대·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 같은 지침이 현행법을 무력화시키며 불법행위를 정당화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용으로 지어진 건물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술과 음식을 판매하는 상업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용도가 교육용연구시설로 지정된 건물에서 음식을 조리·판매하는 것은 건축법시행령에 따라 불법 용도변경에 해당되는 만큼 엄연히 불법이다.

7성급 호텔수준의 고품격 웨딩을 진행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웨딩홀 홈페이지. (사진=경민컨벤션웨딩홀 홈페이지 캡쳐)

 

◇'불법 용도변경'…경민대 초호화 웨딩홀 운영

교육부 지침에 따라 현행법을 위배하며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대학은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경민대학교(이하 경민대)가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 19.5.21 교육부, 홍문종 눈치보기?…학교시설 확인 요청에 1년 넘게 묵묵부답, 19.5.22 교육부 이어 의정부시도 경민대 위법행위 '수수방관')

경민대는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문종 국회의원의 부친인 고 홍우준 전 국회의원이 설립한 사학재단 산하 대학이다.

경민대는 수익사업 목적으로 교비회계를 통해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승태웰빙센터(이하 승태관)에 대규모 호화 웨딩홀을 조성, 민간업체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건물 5층에는 1300석 규모의 뷔페식당과 뷰티샵이, 6층은 초호화 예식홀 3개와 신부대기실이, 7층은 폐백실과 정산실 등으로 사용되며, 업체는 매달 경민대에 임대료를 지불한다.

그러나 웨딩홀이 영업 중인 승태관은 건물 전체가 교육연구시설로 건축용도가 지정된 곳으로 건축물의 용도변경 없이 상업시설로 이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웨딩홀은 '문화·집회시설'로, 하객이 이용하는 뷔페식당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2종 근린생활시설’로 건축용도가 지정돼 있어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도시계획시설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90조 1항 '학교 구조 및 설치기준'에는 웨딩홀은 학교에 들어설 수 없다고도 명시돼 있다.

교육부가 경민대학교에 회신한 공문과 웨딩홀이 조성된 승태관의 건축물대장. 건축물 용도가 '교육연구시설'로 지정돼 있다. (사진=고태현 기자)

 

◇상업시설 웨딩홀이…후생복지 시설로 둔갑

그렇다면 경민대가 어떻게 웨딩홀을 조성해 수익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교육부의 지침을 확대 해석했기에 가능했다.

경민대는 2013년 11월29일 교육부에 "교육용 기본재산을 컨벤션홀 및 뷔페식당으로 조성해 임대 운영할 수 있느냐"며 질의했다.

이에 교육부는 같은 해 12월2일 공문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직접적인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학생, 교직원, 지역주민의 편의를 위한 후생복지 시설 등으로 사용할 경우 허용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경민대와 임대계약을 체결한 민간업체는 교육부의 이 같은 공문을 토대로 의정부시로부터 2017년 2월 '일반음식점 영업신고증'을 발급받는데 성공했다.

자유업으로 분류돼 허가를 받지 않는 예식장과 달리, 하객이 이용하는 뷔페식당은 음식을 조리·판매하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영업신고를 받아야만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의정부시는 2종 근린생활시설에만 들어설 수 있는 뷔페식당을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사용하면 별도 용도변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건축법시행령 제2조 13항을 적용했다.

교육부가 마련한 지침 하나가 상업시설인 웨딩홀을 후생복지 시설로 둔갑시킨 것도 모자라 현행법을 무력시키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교육부는 일부 대학들이 포괄적 지침을 악용하는 부분을 사실상 인정했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교육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라는 개념이 좀 명확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들이 지나치게 상업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민대학교 내 승태관에 조성된 웨딩홀 모습. 시계방향으로 그랜드볼룸홀, 신부대기실, 뷰티샵, 폐백실 등의 모습. (사진=경민컨벤션웨딩홀 블로그 캡쳐)

 

◇교육부 "지침 개정에 난색…특혜 의혹은 아냐"

그러나 교육부는 현행법을 무력화 시키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지침을 개선하기에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대학들이 수익사업으로 교사시설을 이용해 웨딩사업을 있기 때문에 규제를 해버리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이 부분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면 당초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한 취지가 한꺼번에 막히는 현상이 생긴다"며 "문제가 되는 대학들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를 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용도변경 등 위법 사항이 발생하는 것은 파악하고 있고, 위법을 초래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을 해 보겠다"면서도 "이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바른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교육부는 자유한국당 홍문종 국회의원을 의식해 경민대가 교육시설에서 웨딩홀을 운영하는 것을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현재 교육부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며, 과거에는 경민대 총장과 사학법인 경민학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 관계자는 "홍문종 의원이 있어서 경민대만 웨딩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라며 "경민대에 특혜를 부여했다고 오해할 만한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다. 더 조심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경기도는 경민대가 교사시설을 웨딩홀로 조성해 수익사업으로 사용하는 것을 위법으로 판단해 지난해 4월 감면된 취득세 3억3277만원을 부과했다.

2012년 9월 준공된 승태관은 당시 지방세 특례제한법 41조 1항에 따라 취득세 11억7730만원을 감면 받았다.

이에 경민대는 과세가 부당하다며 같은 해 6월 과세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2개월 뒤 기각이 내려져 본세와 가산세 등을 합쳐 총 4억4175만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경민대는 세금 부과의 부당함을 또다시 주장하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며, 그 결과는 올해 11월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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