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거대 양당이 민심 공략의 포인트를 중도층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두 당 모두 무게중심을 기존의 적폐청산이나 정권심판에서 민생으로 옮기면서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대비한 중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중도층 공략에 열을 올린 것은 여당인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최근 당정협의 등을 통해 정부 지원 사업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비롯해, 올 2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인 고교 무상교육 등은 모두 정부 예산을 통해 저소득층이나 학부모를 지원하는 사업들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원 강화도 모색 중이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17개 시·도 광역지자체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각 지역의 개발, 사회간접자본(SOC) 등 민원성 사업을 점검했다.
지자체들은 동남권 신공항 등 총 134조원에 달하는 사업 예산을 요청했고 민주당은 이에 대한 적극 검토를 약속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8개 부처 장관과 연이어 오찬을 가지면서 정부의 움직임을 직접 챙기는 한편 한국당을 향해 "하루빨리 국회에 등원해 산적한 민생문제와 추경안 처리 문제를 꼭 다루도록 해달라"며 민생을 챙기는 유일한 정당이 민주당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민생 챙기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주력하던 사법농단 처벌 등 적폐청산이 장기화되면서 동력을 점점 상실해가는 반면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여야가 패스트트랙 사태로 대치 국면에 돌입하면서 일찌감치 총선 체제로 돌입한 점도 다른 이슈보다 민생 현안에 더욱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국회를 박차고 나가 강경한 장외 투쟁을 벌였던 한국당도 최근 당내 막말을 단속하고 민생을 강조하는 등 중도층 표심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장외 투쟁 중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대변인", "좌파 독재" 등 강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막말 단속에 나섬은 물론, '2040 토크콘서트'를 열어 청년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등 외연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인 신상진 의원도 "막말에 대해서는 공천 감점이나 공천 부적격자로 하는 공천 룰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힌 데 이어 "탄핵의 뿌리가 되는 2016년 총선 공천에 후유증이 많은 정당이기에 현역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해 쇄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국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20 경제대전환프로젝트'를 꾸려 민주당과 경제, 민생 정책으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후발주자로 나선 한국당은 민주당의 최근 행보를 강하게 비난하며 견제에 나선 반면 민주당은 아직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확실하지 않다며 여유 있는 모습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만들고자 하는 국회는 민생 국회가 아니라 총선용 국회이고 그들이 얘기하는 것은 총선용 추경"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갖가지 퍼주기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을 거절한 것으로 보면 말로는 민생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입장은 바뀌지 않은 채 말로만 민생을 얘기하는, 진정성 없는 민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