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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희와 녹양' 김주아는 묻는다… "꼭 뭘 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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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보희와 녹양' 녹양 역 김주아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영화 '보희와 녹양'의 녹양 역 배우 김주아를 만났다. (사진=KT&G 상상마당 측 촬영)

 

'보희와 녹양'(감독 안주영)의 '소녀' 녹양은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을 것만 같은 인물이다. 특별히 걱정거리도 없고, 어떤 시련이 닥쳐오더라도 왠지 씩씩하게 헤쳐나갈 것만 같은 단단함이 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둘도 없는 단짝 보희와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친구들과 사이가 나쁜 것 같지 않다. 다른 친구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일 뿐.

섬세하고 여린 성격을 지닌 보희가 우연히 아빠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빠를 찾아보는 건 어떻냐고 힘을 불어넣어 준 게 바로 녹양이다. 칸영화제 초청을 꿈꾸며 핸드폰으로 보희의 모험을 담아내는 녹양은, 보희의 삶에 새롭게 나타난 어른들을 같이 마주하며 이전보다 한 뼘 더 성장한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보희와 녹양'은 소심하고 여린 소년 보희(안지호)가 대범하고 당찬 소녀 녹양(김주아 분)과 아빠를 찾으러 다니는 소동을 그린 이야기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보희와 녹양' 두 사람의 절친 케미스트리에 집중하는 맑고 씩씩한 작품이다.

녹양 역 김주아를 만나기 바로 전 인터뷰한 보희 역 안지호는 '만나보면 알겠지만 아주 재미있는 성격'이라고 전해줬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아는 걷기대회 날이어서 양재 시민의 숲을 한 시간 넘게 걷고 왔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영화 '보희와 녹양'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전 약간 오디션 형식으로 했었고 2차까지 봤었다. 지정 대사를 주셨는데 연기를 본다기보다는 제가 어떤 아이인지 보려고 하셔서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1차 때는 지정 대본 받고, 2차 때는 그런 것 없이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게) 재작년이라서 막 기억이 날락말락 한다. (웃음)

▶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은 어땠는지.

이렇게 초록초록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냥 성장 영화, 우정 영화라고 생각했다. 녹양이는 되게 매력적이고 둘은 되게 대조되는구나, 신기하고 새롭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많지도 않다 보니까… '보희와 녹양'이 초록초록하고 싱그러운 영화가 돼서 신기했다.

김주아가 맡은 녹양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눈 깜짝할 것 같지 않은 대범함을 지닌 씩씩한 인물이다. 아빠 찾기 모험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희의 단짝이다.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 영화로 완성된 버전보다 시나리오가 조금 더 무겁거나 진지한 이야기였던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상콤하거나, (관객들이) 그렇게 많이 웃어주실 줄 몰랐다. (웃음) 부국제(부산국제영화제) 때 많이 웃으시더라. 저는 대본 리딩하면서는 '되게 웃긴 영화'라고까진 생각 안 했는데, 서현우-신동미 배우도 그렇고 너무 찰떡같이 소화해주셔서 한 마디 한 마디가 웃음을 유발하지 않았나 싶다.

▶ 이 영화가 가진 유머 코드가 본인과 잘 맞았나.

네! (극중) 성욱 선배님(서현우 분)이 진짜 너무 실제로 계신다면 대화해보고 싶다. 츤데레다. 츤데레의 정석. (웃음)

▶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자신과 녹양이 닮은 점을 발견했나.

거의 모든 부분이 그랬던 것 같다. 저한테도 많은 부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녹양이 저와) 가장 많은 부분이 닮아있지 않나 생각했다. 밝고 당당하고 좀 당돌한, 씩씩한 모습이 있다. 저도 되고 싶었던 모습을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웃음)

▶ 녹양은 영화 초반부터 스마트폰으로 보희를 찍는다. 요즘은 워낙 유튜브를 즐겨보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친구들도 많다던데. 실제 또래 친구들도 그런가.

짧은 영상, 놀리려고 찍는 영상은 정말 일상처럼 찍는다. 요즘 핸드폰은 사진, 영상 기능이 너무 좋으니까. 녹양이는 다큐멘터리로 칸을 목표로 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웃음) 뭔가 남다르지 않았나 싶다.

▶ 녹양은 무언가를 할 때 그걸 해서 뭘 할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 '꼭 뭘 해야 돼요?'라고 반문한다. 이 말에 담긴 태도는 어떤 것이라고 봤나.

복잡할 필요 없는 상황에서 복잡하게 해서 답을 못 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단순하게 하는 게 낫다? 많은 분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랐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니까 어려워지는 상황이 많은 것 같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는데도. 조금 더 심플하게 해서 해답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보희와 녹양'은 한날한시에 태어난 단짝 보희(안지호 분)와 녹양(김주아 분)의 절친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 극중 보희와 녹양은 중학생이다. 영화에 재현된 교실 풍경이 현실과 얼마나 닮았는지 궁금하더라.

많이 순수한 것 같기는 하다. 질풍노도의 시기이지 않나. (웃음) 그런 면을 잘 안 보여주고 우정에 포커스 맞춘 거 같다. 근데 지금 제 반은 참 평화롭다. 행복하다. (웃음) 정말 뭔가 분열이 일어날 수 없는 애들이 모여서 편안하게 학교생활 하고 있다. 녹양이가 (극중에서) 막 엎드려서 자는데, 저도 그럴 때가 있다. (영화 속) 교실의 풍경은 되게 현실적이지만 보희와 녹양 같은 친구는 손에 꼽는 것 같다.

▶ 같은 날 태어난 보희와 녹양의 관계가 중요한 영화다. 둘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는지.

서로 없으면 못 사는 관계는 아니지만 제일 좋고 편한 사이. 이성이라고 해서 꼭 이성으로 봐야 할 필요는 없는 인물이라고 봤다.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런 친구가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친구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완전!

▶ 그럼 보희의 장점을 꼽는다면?

신중하다는 거? 무조건 행동파라고 하면 10번 시도하면 7번은 실수하거나 꽝일 것 같다. (보희는) 그런 확률을 낮출 수 있을 것 같다.

▶ 보희와 녹양은 보희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보희 아버지 지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 집에서 다 같이 라면 끓여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보희가 혼비백산하며 뛰쳐나온다. 근데 같이 있던 녹양은 너무 태연해서 대조를 이뤘다. 무슨 생각에서 그렇게 태연했던 건가.

저는 (보희를 보고) '왜? 얘 뭐야?' 생각했을 것 같다. 전화번호 안 갖고 나왔으면 어쩔 뻔했나 싶고. 라면도 주시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커튼을 쳤다는 이유로 나오다니… 저는 녹양이 행동이 이해가 됐다. 녹양이는 자기를 좀 과대평가하는 거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보희를 지키고 나올 수 있다고. (웃음)

▶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험이 다 끝나고 나서 보희 생일 파티하지 않나. 제가 관객이라고 하고 봤을 때도, '저렇게 다섯 명의 인물이 모일 수 있을까?' 생각했을 것 같은데 막상 다 모이니 발생하는 시너지가 있는 것 같다. 여태까지의 여정이 다 끝나는 마무리 같은 느낌이 들어서, 촬영할 때도 결과물을 봤을 때도 그렇고 너무 좋았다. 그 에너지가.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보희와 녹양'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아달라. 본인 대사가 아니어도 좋다.

'곧 죽는다면 얼굴도 모르는 부모보단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을 것 같다'고 한 대사? 영화 끝나고 나면 한 번씩 생각나는 것 같다.

▶ 아까 안지호에게도 물었는데 승현(김현빈 분)이 보희와 녹양을 괴롭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호는 뭐라고 얘기했나? (기자 : 아마도 녹양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전 아닌 것 같다. 보희와 녹양을 봤을 때 '나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부러운 마음이었을 거라고 본다. 어쩌면 보희와 녹양 사이에 끼고 싶었을 수도? 그럼 제목이 '보희와 녹양, 그리고 승현'이었으려나? (웃음)

▶ 보희 역의 안지호와 원래 아는 사이였다고 들었다. 동료 연기자로 만나니 어땠나.

계속 티격태격하면서 편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보희와 녹양'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고 저희 관계도 보희, 녹양과 싱크로율이 높았던 것 같다. 얘가 아니었다면 제가 녹양인 척하고, 쟤는 보희인 척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하하하하.

▶ 안주영 감독과 작업한 소감도 듣고 싶다.

너무 좋은 감독님을 너무 빨리 만나버린 게 아닌가. (웃음) 저를 찐빵이라고 부르면서 친언니처럼 대해주셨다. 제가 좀 부담스러워하는 감정씬 (촬영)할 때는 얘기 많이 나눴다. 그냥 정말 준비라고 의식하지 않았는데, 준비될 수 있게 해 주는 과정을 너무 탄탄하게 만들어주셨던 것 같다.

▶ '보희와 녹양'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 부탁한다.

아직 처음이라서 많이 서툴고, 아직 아쉬운 부분들도 많이 보이겠지만 다들 너무 열심히 준비한 영화다. 여기에 참여해 준 모든 분들이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만들 거니까 눈여겨보시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배우 김주아 (사진=KT&G 상상마당 측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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