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호영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10년 전 서거 당시를 떠올리며 "자책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지나고 나서 보니까 대통령께서 이런 생각을 하고 계셨구나라는 것을 이제서야 찾을 수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29일 창원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영화 '시민 노무현'을 부인인 김정순 여사와 함께 관람한 뒤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풀어냈다.
김 지사는 "대통령께서 서재에 계시다가 보통 담배를 찾으시면 전화로 '한 대 주시게'라고 하는데 전날 비서실로 직접 오셔서 담배를 찾으셔서 직접 드렸다"면서 "그런데 바로 안 가시고 머뭇머뭇 하시다가 별 말씀없이 가셨다. 지나고 보니 작별인사였던 것 같다"며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대통령 표정이 어둡고 하시는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고 그 짐을 다 지고 선택하신건데, 우리는 재판 준비하면서 부담들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자책할 수 밖에 없는, 평생 그 빚을 갚기 위해서 남은 여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같은 사람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 지사는 이어 "우리를 참모로 보는게 아니라 뜻을 함께 하는 동지로 생각하시구나라고 느낄 때 대통령이 제일 멋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봉하마을에 매일같이 방문객들이 몰려왔고, 화포천·마을 가꾸는 것 때문에 같이 고생하는 참모들에게 늘 미안해 하셨다"며 "밖으로 대놓고 말씀하시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 표현을 '오늘은 쉬라'는 식으로 하셨다"고 추억했다.
또 "저를 부를 때 가장 많이 사용했던 건 '경수씨'였고, 가끔 '김 비서관'이라 불렀다. 대통령께서 주변 참모들을 부를 때 대부분 '씨'를 붙이거나 직위를 붙여서 말씀하셨다"며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사람이 몇 안 되는데 저는 그 축에도 못 들었다"고 웃음지었다.
(사진=최호영 기자)
그러면서 "이호철 전 비서관을 '호철씨'라고 하다가 가끔 '호철아라고 불렀고, 김정호 의원을 '정호야'라고도 가끔 불렀다"며 "두 분은 대통령이 노동 인권 변론을 했던 82년부터 함께 하셨던 분들이라 편하게 부르시기도 하는데 주변 사람들한테는 존중하는 호칭을 사용하셨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가자고 제안했을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는 "국정상황실에서 1년 근무하다가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고, 이후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한 날이 2004년 5월 15일로 기억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직무 복귀 일주일 전쯤 1부속실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이 왔고, 대통령 곁에서 일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 꼭 해보고 싶었다"며 "그런데 걱정은 1부속실에서 근무하면 퇴임 후에도 계속 모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내도 선뜻 동의했고, 퇴임을 준비할 때 3명의 비서관을 둘 수 있는데 저는 기록을 맡고 있으니 대통령께서 자연스럽게 제안하셔서 너무 좋았다"며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서운했을 뻔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지붕 낮은 집'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1층 짜리 집인데도 바깥에서 보면 지붕이 낮아 보이지 않아 결국 못썼다"며 "대통령께서 실내에만 있으면 게을러지기 때문에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안채에서 서재나 부엌으로 가려면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와야 하는 불편한 구조로 만들었다. 그래서 여사님께서 '불편한 집'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김 지사는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SNS에 글을 올린 데 대해 "보석 이후 SNS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처음으로 글을 올렸다. 대통령에게 드리는 변명같은 거고, 미안한 뜻을 담은 것"이라며 "탈상하고 싶었는데 결국 못했고 대통령께서 제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고 이 상황을 잘 극복한 뒤 저만의 10주기를 가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사진=최호영 기자)
'드루킹' 항소심과 관련해서는 "재판에 대해서는 '자신있다'라는 얘기를 안 하기로 했다.(웃음) 1심 과정에서 너무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던게 당연하지 않은 결론이 나왔다"며 "도정도 중요하고 빈틈없이 챙기겠지만 항소심 재판에도 비중을 두고 잘 준비해서 실망시키지 않도록,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재호 감독은 "처음에는 제안이 왔을때 내가 이 영화를 만들어도 되는 사람인가. 잘 못 만들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에 거절을 했다"며 "그러나 노무현 리더십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결심을 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10년이 변한 봉하를 담으려고 했는데, 1년을 봉하에서 지내며 생각이 바꼈다"며 "이 영화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말씀으로 정말 잘 아는 분들과 함께 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이후 당시 노 전 대통령과 봉하에서 함께 생활했던 젊은(?) 김 지사의 모습이 담긴 5분 짜리 영상이 공개되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