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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자폐 장애인에 약물만 주는 치료감호소,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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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 피고인에 치료감호 선고하며 '답답함' 표출

(사진=자료사진)

 

법원이 자폐성 장애 피고인을 치료감호소에 가두는 판결을 하면서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교정·교화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조현병이나 자폐성 장애 환자의 범행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3일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상해죄와 폭행죄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과 치료감호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다만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도 "판결의 집행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대해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생으로 올해 만 20살인 A씨는 중증도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어 사회연령이 7세 수준이다. 조현병 증세와 강박장애도 있다. A씨는 이러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4세 여자아이를 허리 높이까지 들어 올린 후 집어 던져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했고 이에 항의하는 아이 아버지의 얼굴을 폭행했다.

A씨는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배심원 7명 만장일치로 벌금 100만원에 치료감호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A씨의 어머니는 "치료감호소에서는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다른 시설에 입소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어머니의 탄원서를 보고 공주 치료감호소에 직접 연락해 자폐 장애인 치료감호 실상에 대한 사실조회를 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약물 복용 외에 자폐장애를 위한 언어치료나 심리치료 과정이 운영되지 않으며 사회 적응이나 특수 재활 치료 과정도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국내에서 치료감호소는 공주에 단 1곳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심 끝에 이번 문제가 된 범행이 A씨가 다른 단기 보호시설에 입소한 지 며칠 만에 퇴소당한 후 벌어진 일이라는 점 등에서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원심 판단을 유지키로 했다.

재판부는 "조현병이나 자폐성 장애 환자들에게 형벌을 부과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며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 현재 그 가족만 부담하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법에 따라 A씨에 대해서는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현행 교정·교화정책 전반에 대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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