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왼쪽)A씨 제공, (오른쪽)MBC화면 캡처)
경찰관을 돕다 다친 30대 남성이 돈이 없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했으나 경찰은 먼저 치료를 받아야 손실보상을 해줄 수 있다고 해 보상이 미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A씨는 21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경찰 때문에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목숨을 끊을 생각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귀가하던 중 경찰에 쫓기던 거구의 한 남성이 달려오는 걸 목격했다. 직감으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날려 남성을 쓰러뜨렸다.
알고보니 이 남성은 불법체류자였고, 당시 경찰관이 연행하던 틈을 타 도망치려던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허리와 오른팔을 다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청주흥덕경찰서는 사건 발생 열흘 뒤 검거를 도운 A씨에게 표창장과 포상금 20만원을 수여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그날 이후 얻은 부상으로 일을 하기 어려워지자 경찰 측에 치료비 지원을 요청했다. 경찰 측은 당장은 규정상 이유로 치료비 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홀로 노부모를 모시고 있고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자비로 치료비를 마련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경찰에 의류손상비와 전치 3주에 대한 휴업보상금을 합해 총 250만원 정도의 손실보상금을 요청했다.
지난 2월 말 경찰은 A씨가 손실보상금으로 청구한 금액 중 10% 정도인 21만 6천원을 의류손상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경찰은 A씨가 치료를 받지 않았고 휴업 손해를 봤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경찰에서 준 포상금 20만원도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 대출이자로 빠져나간 상태였다"고 호소했다.
또 그는 "경찰이 직무상 실수를 했고 일에 휘말렸다 볼 수 있는데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면서 "현재도 이 날의 후유증으로 허리를 굽히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고통이 있어 원래 하던 일을 못하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보건복지부의 의사상자 지원제도를 안내받아 접수했으나 당시 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요구했다"면서"경찰 측에 (자료를) 요청하니 없다며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저는 어느 보상도 받지 못한 채로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상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 행위를 하다가 사망이나 신체상의 부상을 입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법에 따라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경찰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교수와 변호사 등 외부위원 3명과 경찰 측 2명으로 구성된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휴업손해보상안을 결정했다"면서 "A씨에게 한 달간 진료를 받은 영수증을 제출하면 보상을 도울 것이라고 안내했으나 영수증을 보내오지 않았으며 또 A씨가 제출한 급여 내역 서류가 불명확하고 입증할 자료가 주관적인 부분이 있어 의류손상비에 대한 것만 인정이 됐다"고 밝혔다.
또 "의사상자제도의 경우 관련서류를 요청 했을 때 당시 사건이 다른 부서로 이관돼 원본 서류가 없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제공해 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요청한 손실보상제도는 현재 법률 상 출입문, 차량 파손 등 재산상 손실을 입었을 경우에만 손실보상금을 지급해 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손실보상금 지원 대상을 생명, 신체에 대한 손실까지 확대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달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