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갑룡 경찰청장은 21일 임은정 부장검사의 고발에 따른 '전·현직 검찰 수뇌부 수사'와 관련해 '강제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민 청장은 이날 경찰청 기자간담회에서 입건된 검찰 인사들이 조사에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 방식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임의적인 방법으로 안 되는 부분은 법에 정해진 여러 가지 강제수사 절차가 있기에 그런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경우에 따라 강제소환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민 청장은 다만 "법적 절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헌법 정신에 기초해서 차별이 없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고, 그런 법적 절차에 따른 수사에 대해서도 해당 관계자들은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직무유기 혐의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을 입건한 것으로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들 검찰 간부들은 지난 2016년 부산지방검찰청 A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감찰이나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을 고발한 임 부장검사는 오는 31일 고발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검찰 수사 끝에 선거개입 혐의로 구속된 직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검·경 양측이 서로의 수뇌부를 겨누며 '물밑 수사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런 가운데 나온 민 청장의 '강제수사 검토'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 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놓고도 한층 수위가 높아진 비판성 발언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그는 법안의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국회에서 이뤄진 관련 논의들을 한참동안 설명하면서 "민주적 절차와 많은 논의를 걸쳤다"고 설명했다. '검찰 패싱안'이라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그는 "수사권 조정안은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민주적인 형식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법안이 민주적 원칙에 위배된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견해에 대한 사실상의 정면반박이다. 민 청장은 "입법 절차가 더 이상 외부 요소에 의해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신속하게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전날 당정청이 발표한 정보경찰 개혁 방안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보경찰의 활동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의견에 저희도 공감한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더 다듬어질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입법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유착 의혹이 포함된 '버닝썬 수사'가 부실했다는 여론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제기된 모든 의혹과 연관된 사안이 수사가 됐는지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수사해서 미진한 부분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특히 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윤모 총경 수사와 관련해 "사실을 찾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철저히 수사해서 현재까지 나타난 것들에 대해서는 엄격히 법을 적용해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총경이 경찰에 소환되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선임행정관과 비밀 대화를 나눴다는 한 언론보도에 대해서 민 청장은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수사의 본질과 관계없는 개인적 의견을 나누는 게 공론화 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그런 것들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것 자체가 건전한 여론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