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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는 절망을 안긴 버닝썬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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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기각, 대한민국의 현실.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

15일 클럽 버닝썬 폭행의 피해자이자 최초 제보자인 김상교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버닝썬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 가수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진 다음이다.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김씨를 절망하게 한 것은 단지 승리의 영장기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날 발표된 버닝썬 관련 경찰 유착의혹 최종 수사결과에 대한 실망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승리의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유착 의혹의 대표로 꼽혔던 윤모 총경에 대해 경찰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물론 뇌물죄도 적용하지 못한 것이다.

버닝썬 사태는 올해 초 승리의 단톡방 대화내용이 폭로되면서 연예인 성범죄와 마약투약, 경찰 유착의혹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게이트급으로 확대됐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경찰 조직의 명운을 건다'면서 버닝썬과 관련된 수사에 150여명의 인력을 대거 투입했고 이 가운데 50여명은 유착수사 전담인력으로 지정해 지난 두달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윤 총경과 관련해 조사대상에 올린 인물만 5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말 그대로 용두사미다.

윤 총경을 포함해 입건된 8명의 현직 경찰관 가운데 버닝썬 유착과 직접 관련된 경찰관은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1명뿐이었다.

구속된 경찰관도 1명이었고 그것도 과거 다른 클럽에서 일어난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해준 혐의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버닝썬 폭행사건 때 출동한 역삼지구대에 대해 피해자 김상교 씨가 제기한 버닝썬과의 유착 의혹도 밝혀내지 못하고 빈 손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역삼지구대 경찰관과 버닝썬과의 유착을 의심할만한 통화 내역이나 계좌거래가 발견되지 않았고 특별히 유착 관련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경찰의 발표다.

결과를 보면 정말 '경찰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전력을 다 기울인 수사가 맞는가'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총체적인 부실로 마무리된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경찰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제기된 막연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안 나온 것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승리에 대한 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은 경찰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장을 기각한 판사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경찰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성매매 알선과 성매매,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를 놓고 그동안 승리를 18차례나 소환해 수사한 끝에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것은 수사가 그만큼 부실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날 버닝선 폭력의 피해자이자 제보자인 김상교 씨에 대해 성추행과 폭행,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의견을 붙여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의심정황을 찾지 못했다"며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리면서 버닝썬 측이 제기했던 김 씨의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승리에게 승리를 선사하면서 버닝썬 수사를 용두사미로 끝내면서도 맨 끝 꼬리부분은 제보자 김 씨를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제보자 김씨가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김 씨만이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김 씨의 절망에 공감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있는 버닝썬 'VVIP 고객 수사 착수 및 유착 공권력 특검, 청문회'를 요구하는 청원에는 하루만에 6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참여했다.

경찰수사와 조직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것이리라.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경찰로서는 수사권 조정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부끄러운 일이다.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경찰의 뼈를 깍는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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