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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정치인들은 왜 여혐 단어 '달창'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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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딥이슈] 나경원·전여옥 '달창' 발언 논란
"'달창' 극단적 단어 사용? 내부 지지와 결속 다지기"
"20~30대 여성 페미니즘 담론, 보수 진영은 '무관심'"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대담할 때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 요새 뭐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오늘 문빠 달창들이 제일 뿜었던 것은 '좌파독재'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보수 진영의 여성 정치인들이 문재인 대통령 2주년 대담 평가에서 촉발된 '달창'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달창'은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별칭인 '달빛기사단'을 비하해 부르는 '달빛창녀단'을 줄인 말이다. 특정 지지층을 비하할 뿐만 아니라 여성 혐오적인 의미까지 있어 해당 용어를 여성 정치인들이 사용한 것에 비판이 일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11일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이 같은 발언을 했고, 전 전 의원은 그보다 하루 이른 10일 KBS 취임 2주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시청하고 해당 소감을 SNS와 블로그에 남겼다.

논란이 가속화되자 두 정치인은 각기 다른 해명을 남겼다.

나 원내대표는 별도 입장문을 발표해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쓴 바 있다.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달창'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알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전 전 의원은 블로그에 달린 500여 개의 댓글 중 '달창'이라는 단어 사용을 지적한 댓글들에 "달창은 닳아빠진 구두 밑창이라는 뜻인데 표준어다", "달창은 그 뜻이 아니다. 닳아빠진 구두 밑창, 과거 쓸모 없는 이념에 매몰된 이들을 말한다. (댓글을 단 네티즌이) 너무 수준 낮게 비하한다. 난 창녀라는 말 싫어한다" 등의 답변을 남겼다.

'달창' 발언의 파장은 여성계를 뒤흔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은 민주당 여성의원 일동 명의 성명서를 통해 "여성혐오적 발언으로 여성과 국민을 모욕한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다시 한 번 강한 유감을 표하며, 국민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하고 원내대표직을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 역시 공동논평을 내고 "제1야당 원내대표가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을 대중 집회 장소에서 사용한 것은 결코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그 동안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해 온 '막말'을 똑같이 답습한 구태이자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블로그 캡처)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이들 두 여성 정치인들은 거세게 쏟아지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왜 이 같은 혐오 단어를 선택한 것일까. 각계 전문가들은 단어가 가지고 있는 혐오적인 의미가 오히려 내부 지지층 확대와 결속력 강화라는 정치적 차원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패스트트랙 정국 속에서 여당과 극심한 대치를 이어가며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34.3%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38.7%)과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 범위 내로 좁혔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보수표와 진보표는 각각 45%를 차지하고 나머지 5%를 누가 나눠가지느냐의 문제다. 선정적 동원의 구호로 여당의 시스템을 타격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언어가 쏟아져 나왔다고 본다. 절반에게는 공격 받지만, 절반에게는 내부 지지와 결속을 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격과 지지를 수반하는 양가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런 과격한 연설들은 총선, 대선까지도 갈 수 있는 게임이다. 이미지가 강조된 미디어 시대의 '노이즈' 정치는 계속 강화되리라 본다. 그리고 이렇게 적을 분명히 하며 지지를 이끌어 내는 세력이 유능하다는 평가는 정치를 오해할 수도 있으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 할 수록 상징 자본이 축적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말 몰랐을 수도 있지만 일단 보좌진들은 당연히 집회 연설에서 할 이야기들을 검수했을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자기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자극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30대 여성 유권자들 사이 퍼진 페미니즘 담론에 대해 보수 진영이 무관심하다는 점도 '달창' 발언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이 교수는 "어쨌든 나 원내대표든 전 전 의원이든 남성 권력 내에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정당 가족담론에 충실한 국내 보수 정당의 경우 기본적으로 페미니즘 담론에 무관심하다. 젊은 여성층들의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 페미니즘은 비정상담론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미 공론화가 진행됐으니 혐오에 혐오로 맞서기 보다는 여야가 날 세운 진영 논리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최선의 결말이라는 조언이다.

김성수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진영에서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이런 발언이 나왔을 것이다. 결국 이슈화가 되는 것으로 공론의 장이 형성되면 이 말이 나오게 된 이유와 원인을 찾게 된다. 만약 부적절한 표현이 만들어 낸 위기 상황에서 양분화된 사회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너무 진영논리로 가지 않고, 극단적으로 서로 비하하는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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