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취임 2주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대담을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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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소통의 장이 돼야 했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이 뜨거운 논쟁에 뒤덮였다. 과연 대담 형식의 개별 인터뷰가 문재인 정부에 국민들이 가진 궁금증을 해소할 깊이 있는 결과를 도출했는지 의문을 남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저녁 KBS 취임 2주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했다. 유력 해외 언론사들과 개별 인터뷰를 가져왔던 문 대통령이 국내 언론사와 이 같은 형식의 대담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담자로 나선 송현정 KBS 기자와 취임 2주년 소회부터 남북관계, 적폐청산, 일자리 문제, 패스트트랙 등 여야 갈등, 검경 수사권 조정, 인사 평가 등 다양한 국정 현안에 대해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2년 평가와 바라는 점에 관한 국민 인터뷰도 진행됐다.
방송 이후 초점은 엉뚱한 곳으로 쏠렸다. 문 대통령의 2년 간 국정 수행이나 남은 국정 과제 운영 방향을 평가하기보다 송현정 기자에 대한 태도 논란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실제 시청자 게시판을 둘러보면 송 기자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대담의 진행이나 흐름 자체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이번 대담까지 포함해 문재인 대통령은 벌써 네 번째, 전반적인 현안 문제를 다루고자 공식적으로 언론사들과 만났다. 앞선 세 차례 만남은 모두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됐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은 100일 째 이뤄졌다.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이 모두 모인 앞에서 청와대 측은 기자들에게 자유롭고 진정성 있는 기자회견을 위해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묻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의 시작이었다. 다소 부담일 수 있는 첫 기자회견이었음에도 사전 질문을 공유하거나 질문자를 정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역시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미국 백악관식으로 진행됐다. 과열된 지지자들에 대한 의견을 묻는 돌발 질문에도 문 대통령은 "나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인다. 기자분들도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유연하게 대처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은 지난해 80분에서 10분 더 늘어난 90분 가량 진행됐다. 자유로운 방식은 그대로 유지됐으며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단도직입적인 질문들이 나오기도 했다. 송 기자와 유사하게 해당 질문을 한 기자 역시 도마 위에 올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국정 운영 방향보다 더 뜨겁게 주목 받았다.
KBS와의 대담은 한 달 반 전에 '심야토론'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 청와대가 이를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저명인사와의 토론, 국민과의 대화 등 다양한 형식을 고민했으나 현직 언론인과의 대화가 더 심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솔직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질문 내용 역시 사전 협의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 신년 기자회견과 유사하게 기자 개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정작 문 대통령이 대담에서 밝힌 국정 현안의 핵심과 본질은 지워지고 있다. 현직 언론인과 솔직한 대담으로 국민들 궁금증을 해소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선택은 결과적으로 아쉬움을 남긴 셈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관계자는 "이번 대담에서 시청자의 의견표명에 대해 보여준 태도들은 아쉽다.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KBS는 항상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담 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아닌 기자 개인에 집중하는 상황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통상적인 기자회견보다 오히려 그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격의 없는 '소통'으로 국민에게 지지 받아 온 문재인 정부의 장점도 퇴색되고, 국민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한 폭 넓은 대담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이드 라인 식으로라도 질문을 받았더라면 사실 좀 더 매끄럽게 진행이 가능했겠지만 보수층 비난의 위험성으로 청와대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방송사의 경우, 소속 기자가 모든 언론과 국민을 대표해 질문하는 상황에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론조사로 질문에 국민 의견을 충분히 취합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청와대가 당초 고려했던 저명인사와의 토론이나 국민과의 대화 등이 취임 2주년에 걸맞게 더 원활한 소통일 수 있었다는 조언도 더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검사들과 가진 '검사와의 대화'는 비록 검찰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소통'의 순간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꾸준히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던만큼, 이런 선택이 더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했으리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일대일 대담 형식은 결국 질문자의 역량에 따라 너무 많은 것들이 좌우된다. 따라서 이런 형식보다는 다양한 질문으로 국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각계 각층 국민들과의 대화나 어느 정도 사회에서 공감과 인정을 받는 인사와의 대담이 나았으리라는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