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박종민기자)
경기도 공직사회에서 이른바 '경기도지사 무덤론'이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취임 후 10개월여 수사·재판을 받아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과거 도지사들의 정치적 행적이 거론되고 있는 것.
'경기도지사 무덤론'은 남경필(34대/2014~2018년)·김문수(32·33대/2006~2014년)·손학규(31대/2002~2006년)·이인제(29대/1995~1997년) 등 전 경기지사들의 대권 꿈이 좌절된 것을 빗댄 말로 '경기지사직이 정치인들의 무덤' 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지사는 대선 주자급으로 분류되는 관례에 따라 남경필·김문수·손학규·이인제 등 전직 지사들의 경우 예외없이 '대권'에 도전 했으나, 결국 '잠룡(潛龍)'에 머물러야만 했던 '흑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역정가와 공직사회에서는 '대통령을 배출한 서울시청과는 달리 경기도청 자리는 조선시대 역병(疫病) 환자 시신을 묻었던 곳이기에 터가 좋지 않다는 풍수지리적 해석도 회자되고 있다.
김문수 전 지사는 실제 풍수지리를 믿기도 했다. 김 지사는 10년전인 2008년 8월 5억여 원을 들여 본관 옥상(4천321㎥)에 설치된 화장실, 사무실 등 조립식 패널건물(2천350㎥)을 철거하는 공사를 벌였다.
공사 명목은 '건물 재정비'였으나 알려진 속내는 다르다. 옥상에 설치된 배 모양 조형물의 앞을 화장실과 사무실 등 가건물이 막고 있어 앞 길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설(說)이 발단이 돼 지장물 철거공사를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김문수(사진 왼쪽 맨위), 이인재(사진 왼쪽 가운데), 손학규(사진 왼쪽 아래), 남경필(사진 오른쪽) 등 전 경기도지사들.(자료사진)
◇ 6.13 지방선거에서도 전 경기지사들 예외없이 '고전·몰락'
이들 전직 경기지사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모두 고전을 면치못해 '경기도지사 무덤론' 징크스는 계속 이어졌다.
당시 김문수 전 지사는 서울시장 후보로, 이인제 전 지사는 충남지사 후보로, 남경필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고 손학규 전 지사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권선거(서울 송파을)에 명함을 내밀었으나 4명 모두 예외없이 몰락했다.
남 전 지사의 경우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선거과정에서 김문수·손학규·이인제 전 지사는 과거 대선주자에서 급(級)을 낮춰 출마했지만 '올드보이'란 조롱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전례를 바탕으로 이 지사의 1심 선고가 다가오자 경기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경기도지사로만 오면 망가진다' 등의 말들이 돌고 있다.
반면 '징크스는 깨지기 마련'이라며 과거 경기지사들의 정치적 몰락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간부 공무원은 "경기도지사가 잘되는 것이 경기도 공무원들의 자긍심일 수 있는데 한결같이 잘 안풀리니 '무덤론'과 같은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지사도 '경기도지사 무덤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4일 취임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기(경기도지사)는 무덤이 아니라 진짜 삶의 터전으로, 일터로 생각하고 총력을 다해서 도민들게서 '정말 잘했다', '여기서 일 그만두기 아깝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를 무덤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도민들에게 미안하다. 도민들이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 도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지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