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정부 정보경찰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0일 전직 경찰 총수 등 핵심 간부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경찰 내부는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 개혁의 계기로 삼겠다"며 표정관리를 했지만, 영장 청구 시점이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과 맞물리면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경찰 망신주기'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셀프 수사조직'인 경찰청 영포빌딩 특별수사단을 향한 내부 시선에서도 미묘한 불만이 감지된다.
◇ 경찰 내부 '불만 고조'…"儉, 막 가자는 것"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박모 전 청와대 치안비서관(현 경찰청 외사국장), 김모 전 경찰청 정보국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경찰청장 2명이 포함된 '무더기 영장청구'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민 청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과거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사실대로, 밝혀지는대로 경찰 개혁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전 청장들이 받는 혐의가 '정권 맞춤형 불법 정보 수집 관여'인 만큼, 국민적 시각을 고려한 답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당장 "검찰이 막 가자는 것"이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들이 속출했다. 대체로 잘못은 시정돼야 하지만, 검찰 행보에 정무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일선서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발과 비례해 검찰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게 아닌가"라며 "경찰 망신주기를 통해 여론을 검찰에 유리한 쪽으로 이끄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도 "경찰은 지휘를 받아온 조직인 만큼 더 윗선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말 검찰이 박근혜 정부 때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박기호, 정창배 치안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한 사례도 불만의 근거로 언급된다. 검찰이 경찰 흠집내기에 집중해 무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경찰청 영포빌딩 특별수사단'에도 내부 불만 '불똥'이렇게 고조된 불만 기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보경찰의 행태를 자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경찰의 '셀프 수사' 조직, 경찰청 영포빌딩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에까지 미치고 있다.
특수단이 불법사찰·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강제소환 방식으로 조사했다는 사실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아울러 영장이 청구된 이철성 전 경찰청장도 특수단이 조사해 온 인물이었다.
이렇다보니 일부 경찰들 사이에서는 "자정노력을 위해 만들어진 경찰 내부 조직이 민감한 국면에서 제 발등찍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수단은 지난해 1월 검찰이 영포빌딩에서 이명박정부 경찰의 불법 정보수집 행위 정황이 담긴 문건을 발견하자 경찰 자체적으로 꾸린 수사단이다. 특수단은 경찰청 정보국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 관련 문건도 발견하고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근혜정부 때 사건까지 모두 조사해 검찰로 넘긴 건 패착"이라는 내부 비판도 나오지만, "선별적으로 조사를 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자정 노력을 깎아내리는 건 옳지 않다"는 반박도 교차한다. 특수단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관련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