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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잘린 동학농민군 지도자, 125년만에 승리의 땅 전주에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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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일본서 찾아 온 유골 23년간 박물관 수장고 보관
동학농민혁명기념회 노력
6월1일 전주 완산칠봉 안장

무명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유골(위)과 흉상. (자료=(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무명의 동학농민혁명 지도자가 고국에서 잠들기까지 12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에게 목이 잘린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오는 1일 전주 완산칠봉 투구봉에 안장된다.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갇힌 시간이 길었다.

△백년의 귀향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을 어렵사리 되찾았지만, 23년간 안장도 못했네요."

10일 만난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종민 이사장(전북대 교수)은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이 표현한 '최초이자 마지막'인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는 죽어서도 곡절을 겪었다.

1996년 일본 북해도대학에서 유골을 반환받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왼쪽 두번째)과 장영달 우석대 총장(왼쪽 네번째), 이노우에 가츠오 북해도 대학 명예교수(왼쪽 다섯번째). /사진=(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제공

 

지난 1996년 일본 북해도대학에서 죽은 동학농민군 소식이 들렸다.

이노우에 명예교수는 당시 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에게 "북해도대학 연구실에 '동학군 수괴'라는 표식이 된 유골이 있다"고 귀띔했다.

당시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한승헌 변호사와 장영달 위원(현 우석대 총장), 이종민 사무총장(현 이사장)이 후원을 받아내며 유골을 고국으로 돌려놨다.

10일 오전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1호관에서 만난 이종민 영어영문학과 교수, 현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남승현 기자)

 

하지만 유골을 받아주는 지역이 없었다.

애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진도와 정읍, 김제에서 논의했지만, 결국 좌절됐다.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가 지역 출신으로 볼 수 없다거나 묘지를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 마련하기가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종민 이사장은 "비극적인 죽임을 당한 넋을 빨리 추모하고 싶었지만, 지자체가 미온적으로 나오면서 장시간 해결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승리의 땅에서 영면

유골은 승리의 땅인 전주에 잠든다.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와 전주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동학농민혁명유족회의 노력끝에 진행되는 '늦은 안장'이다.

오는 31일 오전 10시 전주 완산도서관 강당에서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25주년 기념식과 문화공연이 열린다.

10일 현재 전주 완산칠봉 투구봉에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안치될 공간이 조성되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유골 봉환에 기여한 이노우에 가츠오 명예교수는 이날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일제국주의 침탈의 현재적 의미'라는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다.

다음달 1일 오전 8시 30분부터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전주동학농민혁명 추모관까지 상여를 앞세워 진혼의식을 거행한다.

김용택 시인의 추모시 낭송과 함께 유골은 오후 12시 30분 추모공간에 안치된다.

11일에는 올해 첫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제125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이 정읍과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면서 세기를 밝힌 넋을 먼저 기린다.

이종민 이사장은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가 잠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첫 법정기념일과 함께 유골 안장이 동학농민혁명을 되새기는 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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