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loot box)'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내에서 현금결제를 유도한 뒤 아이템 상자에서 특정 아이템을 확률로 뽑는 '루트박스'가 게임 및 도박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규제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원 의회에서도 무분별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법안이 추진된다.
조쉬 홀리 상원의원은 9일(현지시간) 청소년 등 미성년자에게 판매되는 게임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pay-to-win and loot box monetization practices)'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홀리 의원은 "소셜미디어와 게임은 이용자의 중독을 부추기고, 우리 아이들이 호기심과 학습 통제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수익을 얻고 착취하고 있다"며 "이 비즈니스 모델이 기술 산업에 미치는 이점과 관계없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같은 관행을 통해 아이들을 착취하는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게임이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게임 개발자들이 중독을 수익화하도록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인용 게임을 할 경우, 통제가 어려운 캐시 아이템(microtransactions)으로부터 차단되어야 한다. 고의로 아이들을 착취하는 게임 개발자들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홀리 의원의 '게임 폭력으로부터의 아동 보호 법안(The Protecting Children from Abusive Games Act)'에 따르면, 확률형 자체를 불허 하거나, 확률형 캐시 아이템(loot box) 또는 여러 참여자가 함께 게임하는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 아이템 구입을 부추기거나 아이템 뽑기 난이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페이 투 윈(pay-to-win) 시스템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조쉬 홀리 미 의회 상원의원(미주리 주)
그는 연방거래위원회(FTC)도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법규로 만들어지면 게임 업계 관행를 확실하게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홀리 의원은 스웨덴 기반 인기 게임 '캔디 크러쉬' 제작사 킹(King)을 '악명 높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특히 여성과 아동들에게 인기가 높은 캔디 크러쉬 게임 자체는 무료지만 이용자가 죽지 않고 24시간 무한 지속시켜주는 '러셔스 번들(Luscious Bundle)'은 게임통화로 구입해야 하며 150달러(약 17만6천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으로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인수한 킹의 캔디 크러쉬는 월 활성이용자수 2억6800만명으로 연간 20억달러(약 2조35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E3 주관사이기도 한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 스탠리 피에르 루이스 회장은 이에 즉각 성명을 내고 "아일랜드, 독일,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영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에서 확률형 캐시 아이템(loot box)이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게임 내 지출 통제는 부모가 이미 사용하기 쉬운 부모 통제 기능을 사용하여 게임 내 구매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SA에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EA 등 글로벌 메이저 게임사를 비롯해 넥슨도 회원사로 있다.
한편, 게임 전문매체 PC게이머는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게임들이 비디오게임 연령 등급 기준인 ESRB 등급 심의를 적용받지 않을 전망이라며, 법안 도입부에 "문제의 주체, 시각적 콘텐츠, 아동 온라인 정보보호법(COPPA)에 기반한 기타 지표 등을 활용해 규제 대상을 결정한다"고 하고 있어 어떤 게임이 '미성년자용 게임'인지 규정하는데 모호하고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ESRB 기준으로 확률형 캐시 아이템을 성인등급(AO)으로 강제하면 게임 업계 비즈니스 모델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해당 법안 심의 기준에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