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30대, 너무 이른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다. 생활고를 겪거나 정신적으로 강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람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과 현실의 괴리감이 깊은 좌절감을 빚어냈고, 결국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진단했다.
◇생활고 시달린 30대들, 잇단 죽음어린이날인 지난 5일 경기도 시흥시 한 농로에 주차된 차량에는 30대 부부와 네 살, 두 살배기 아들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바닥에 불을 피웠던 흔적이 남았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경찰은 생활고 끝에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가족은 7000만원 정도 빚에 시달렸다고 한다.
시흥 일가족 참변 사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다른 30대 죽음 소식도 연이어 들려왔다. 같은날 새벽 김모(38)씨는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숨졌다. 김씨는 경기도 김포에서 편의점을 운영했다. 김씨는 수개월 월세가 밀릴 정도로 장사가 안돼 생활고를 호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이 결혼도 못 하고 죽었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취업 스트레스로 정신 질환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분신해 숨진 사건도 있었다. 이모(35·여)씨는 지난 6일 중랑구 묵동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낮잠을 자려는데 어머니가 너무 시끄럽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했고, 화를 이기지 못한 이씨가 분신까지 했다는 게 유가족 진술이다.
이씨는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낙방했고, 시인 등단도 꿈꿨으나 성과를 내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최근 환청도 들었다고 한다.
◇자기혐오로 변한 좌절감…"'사각지대' 놓인 청장년 심리지원 절실"전문가들은 30대의 잇따른 죽음을 어떻게 해석할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분신은 스스로 자해하는 행위"라면서 "자신이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깊은 좌절감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20대에는 졸업, 30대는 결혼같이 생애 주기별 과업이 있다"며 "집단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과업을 수행하지 못한 게 비정상으로 여겨지고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30대라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일정 역할도 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위축되고 불안감을 느낀다"며 "배운대로라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안정적인 일자리도 있어야 할 나이에 그렇지 않은 현실이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세 사건 모두 바로 얼마 전까지도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다 급속도로 부적응이 진행된 사례"라면서 "갑자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사람,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에게 재정적인 부분 외에 심리적인 상담 서비스를 같이 제공해야 한다"며 "아직 정신질환을 진단받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신 보건 분야에서 담당할 수도 없고, 노인이나 아이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보호 대상도 아니다. 20~30대 청장년이라도 심리적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